[기고] 혁신 유통생태계 위한 도시전략 필요하다

입력 2019-09-06 17:48
수정 2019-09-07 00:10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구글, 이베이 등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의 혁신 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온라인 쇼핑 최강자 아마존은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물류배송과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첨단 배송과 주문처리, AI를 활용한 보이스 쇼핑, 원클릭 결제 등에 집중해 가격·배송·서비스 등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이 입주한 20개 이상 빌딩이 거대한 ‘아마존 시티’를 형성, 시애틀 경제·문화의 중심이 됐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은 검색엔진, 빅데이터, 유튜브 등을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의 급성장으로 쇼핑 검색 부문에서는 다소 밀리고 있지만, AI 등 첨단기술 개발과 유튜브, 네스트랩스 등 정보기술(IT)기업과 연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월마트랩스는 온라인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방대한 오프라인 매장과 직원, 물류망을 보유한 월마트의 장점을 극대화해 차별화된 시장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미국의 e커머스 기업들은 도시·대학·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속에서 AI, 빅데이터, 고객주문처리, 로봇 등 첨단기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 활동과 연구개발에도 뒤처져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은 100조원 넘는 규모로 커졌지만 경쟁 심화와 과점화된 시장구조로 인해 성과를 많이 내는 기업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유통산업 규제는 더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유통공룡’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강화되면 우리 유통업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유통업체들은 무엇보다 AI,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로봇 등 첨단기술 투자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방한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설파했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정부는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e커머스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

둘째, 우리 유통기업들도 세계 최고들이 경쟁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적극 진출하고 협업도 확대해야 한다. 그곳에 시장이 있어서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인재 등 미래 시장을 공략할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쿠팡 미국연구소가 그런 점에서 눈에 띈다. 이곳은 검색 서비스, 실험 플랫폼, 가격 전략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인재와 생태계를 활용해 한국 시장 내 성장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셋째, 유통산업에 대한 도시생태계적 접근도 필요하다. 아마존은 시애틀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에코시스템을 통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도 기업을 위한 도시전략과 기업·대학·상권이 융합된 혁신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