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철통방어' 野 '전략실패'…들러리 선 국회 청문회

입력 2019-09-06 17:32
수정 2019-09-07 01:42
“전혀 몰랐다.” “관여한 바 없다.”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셀프 청문회’ 때처럼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전 “마지막 기회”라며 강공을 예고했지만, 지난 한 달 가까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이 집중 질의한 딸의 ‘가짜 표창장’ 및 ‘허위 인턴 이력’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발급 경위에 대해 “학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추가 질의가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을 50차례 넘게 한 2일 간담회 때와 다를 게 없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한 달 내내 ‘수많은 한 방’이 터졌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대부분 해명됐다’며 임명을 고수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날 청문회가 끝난 뒤 “한국당이 ‘후보자 자신의 법적 하자는 없다’고 주장하는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면서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조 후보자를 향해 “어떤 질문에도 ‘미안합니다만 위법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넘어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위법 행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도덕성과 청렴성을 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건전한 상식과 국민들의 경험치에 비춰볼 때 각종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야당의 ‘전략 실패’가 청와대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을 도와준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우왕좌왕하면서 청문회 개최 의사를 여러 번 뒤집었다. 당초 여당과의 협상에서 요구한 93명의 증인은 5일 11명으로 줄었고, 이 중 청문회장에 나온 증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한국당 의원은 “당 원내 전략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면서 조 후보자와 여권에 방어할 시간을 벌어줬고 여론 지지도 끌어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또다시 제기됐다. 현 제도대로라면 ‘여야 검증 공방→대통령 임명 강행→여야 대치’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와 후보자의 막무가내식 버티기로 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청문회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