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에 단기 매매 차익 반환 의무(10%룰)를 완화해주겠다는 정부 방침은 주주 활동을 빌미로 한 연기금의 ‘단타 거래’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일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 대해 대량보유 보고제도(5%룰)와 10%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자 한 상장사 관계자는 “10%룰 완화는 연기금의 장기 투자를 장려하기는커녕 단타 매매를 조장하는 정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 주주는 주식을 매수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주식을 다시 매도한 경우 매매 차익을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경영 참여를 재료로 주가를 띄운 뒤 단기 차익을 얻고 빠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공적 연기금에 대해선 금융위 규정에 따라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경우에 한해 특례를 인정, 반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5%룰 완화로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분류된 주주 활동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서 연기금에 적용되는 10%룰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금융위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연기금이 상장사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관 변경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반 투자 영역으로 분류된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상장사와 연기금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걱정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연기금을 지렛대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연기금의 불공정거래 등 시장 왜곡 현상을 불러올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현재 국내 증시 변동성이 심한 것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종목 보유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단타성 매매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10%룰이 대폭 완화되면 연기금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단기간에 보유 종목 주가를 한껏 끌어올린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식의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모르지는 않는 눈치다. 금융위는 연기금이 주주 활동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엄격한 정보 교류 차단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연기금 내 주주 활동 담당부서와 운용부서 간 정보 교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금융위가 ‘연기금 단기 차익 반환 전면 면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하기 이전에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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