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오는 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이후 22년 만의 전면파업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GM 고위 임원이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한국 내에서 생산할 물량 일부를 다른 나라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지만, 노조는 이를 외면했다.
한국GM 노조는 6일 소식지를 통해 전면파업 계획을 발표했다. 전면파업 기간 동안 노조원의 공장 출입을 통제하고 특근 및 잔업을 거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노조가 본사 경고를 무시하고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회사 측이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을 지금보다 12만3526원(호봉 승급분 제외·5.7%)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임금의 250%(약 1023만원)를 성과급으로, 650만원을 격려금으로 달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회사 측은 올해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기본급을 올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노사는 앞으로 임금 인상 여부는 회사 수익성에 따라 결정하고, 인상하더라도 그 수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5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만 4조4518억원에 달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회사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노조가 전면파업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라 GM 본사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진다는 지적이다.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이 “GM 본사 경영진은 한국GM 노조의 파업에 매우 실망스러워하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물량 일부를 해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랙스는 한국GM의 대표적인 수출 모델이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차종이다.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올 11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이후에는 노조가 선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 협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도 임단협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며 “노사가 대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GM 본사가 물량 이전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