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막 찍었더니 1억뷰 돌파"…'막' 만든 야놀자 광고가 뜰 수 있었던 이유

입력 2019-09-06 15:06
수정 2019-09-06 17:53

놀이터 미끄럼틀을 워터파크로 꾸몄다. 동네 정자에서 풀빌라 리조트를 연출했다. ‘촬영비를 아껴서 초특가로 판다’고 내세웠다. 유튜브에 광고를 띄운 첫 날 영상 조회수는 500만 뷰를 넘었다.

지난 여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웃긴’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야놀자’ 광고 이야기다. 아이돌 가수 겸 연기자인 육성재를 모델로 세워 찍은 이 광고 시리즈는 지난달 말 기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디지털 광고를 송출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틀어 총 1억2000여만 뷰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광고포털인 TVCF에서 광고인들이 선정한 ‘크리에이티브100’ 부분에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야놀자 광고를 만든 SM C&C의 방윤수 디렉터는 “야놀자의 주요 타켓층인 20~30 세대를 겨냥해 ‘B급’ 감성을 넘어서 ‘왜 우리가 B급 감성을 내세우냐’를 보여준 게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총 26편의 광고 마지막 장면마다 ‘제작비를 아껴서 000을 초특가에’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이유다.


광고 촬영은 철저히 ‘저비용’에 집중했다. 서울 염창교 부근 한강변, 동작대교 남단 공터 등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 공공장소를 빌렸다. 세곡동 어느 교회의 지하주차장도 광고 촬영 장소가 됐다. 워터파크 풀빌라 펜션 편 영상은 대치동 대진공원의 정자에서 찍었다. 손전등과 빨래바구니로 나뭇잎 그림자 효과를 내고, 모래와 돌멩이 몇 알로 파도소리를 만들었다.

제주도 잠수함 편은 논현동 한 빨래방에서 촬영했다. 드럼세탁기의 문을 잠수함 창문처럼 연출했다. ‘궁색’해 보일 수 있는 이런 촬영 기법은 올해 상반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끈 태국의 코스플레이어 ‘로코스트 코스플레이’의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내에선 ‘저예산 코스프레’라는 제목의 짤로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게시물이다. 이 덕분에 광고 비용은 실제 장소를 섭외했을 때의 10~20% 수준 밖에 들지 않았다.

촬영 장비값도 아꼈다. 카메라는 아이폰 만을 썼다. 현장 스태프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폰을 적게는 5~6개, 많게는 10개까지 여러 각도에서 찍은 뒤 편집했다. 야놀자 광고 모델인 육성재는 영상 11편에만 등장한다.나머지 영상에서는 일반 모델이 육성재 얼굴이 그러진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한다. 일명 ‘무성재’ 시리즈로 알려진 영상들이다. 사람들은 “이제는 육성재 섭외비까지 아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시리즈도 ‘짠내’를 더한 광고 콘셉트로 떴다.

광고가 인기를 끌자 광고 대상 연령층도 넓어졌다. 광고 송출 초반에는 대학생, 직장인 등 20~34세 소비자층을 겨냥했다면, 7월을 넘어서서는 50대까지로 광고 대상을 넓혔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여행·레저 관련 앱(응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 여행 레저 관련 검색 및 구매경험이 있는 사람 등을 타켓팅했다.

야놀자 광고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방 디렉터는 이같은 저비용 콘셉트의 광고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거보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면서 광고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수 년 전만해도 3~6개월은 지속되던 트렌드가 이제는 1~2개월 단위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머 코드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퍼지고 바뀌면서 광고 역시 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광고는 언제나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방 디렉터가 강조하는 점이다. 그는 “건너뛰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재미’가 가장 우선 순위”라며 “‘상품을 사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대신 얻을 것이 있는 ’콘텐츠‘를 담는 게 광고쟁이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