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모하비 더 마스터, 디자인만 바꿨다? "타보면 달라"

입력 2019-09-08 07:00
수정 2020-12-19 08:12

기아자동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부분변경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를 선보였다. 지난 5일 모하비 더 마스터로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왕복 약 170km 구간을 주행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이전 모하비보다 주행성능과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모두 진보했다.

모하비는 2008년 첫 출시된 기아차의 프리미엄 SUV다. 첫 모델 가격대도 3310만~44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고 2019년형도 4432만~4869만원으로 고가를 유지했다.

지난 5일 출시된 모하비 더 마스터의 가격은 4700만~5160만원으로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높아진 가격은 비난을 사는 요인이 됐다. 프레임과 파워트레인에는 변화가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구형 모하비에서 디자인만 바꾸고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운전해본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는 이전 모하비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구형 모하비 프레임을 공유하는 별개의 차량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차치하더라도 조향 성능과 뒷좌석 승차감이 크게 개선된 점은 높이 평가할 가치가 있었다.

우선, 외관은 콘셉트 차량이었던 모하비 마스터피스에서 큰 변경 없이 출시됐다. 전면부와 후면부 모두 직각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선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춰 대형 SUV의 강인함이 드러났다.

실내도 고급 세단인 K7 프리미어가 연상될 정도로 고급스러워졌다.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널찍하고 시원한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여줬다. 반응속도도 스마트폰 아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나파가죽 퀼팅시트는 몸을 편안하게 잡아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돋보였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는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이 새로 도입됐다. 이전 모하비 운전대는 엔진의 힘을 이용한 유압으로 돌아갔는데, 이제는 전기와 모터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덕분에 운전하는 동안 균일한 무게감을 주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향감을 맛볼 수 있었다.

동력 성능을 느끼기 위해 주행 모드도 바꿔봤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3개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일반 차량에서 이들의 차이를 크게 느끼긴 어려운 편이다. 에코 모드는 약간 답답하고 스포츠는 배기음 소리만 커지는 경우가 많다.

모하비 더 마스터로 1500~2000RPM의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다 주행 모드만 스포츠로 변경하자 가속페달을 더 밟지 않았음에도 엔진회전수가 높아졌다. 약간의 가속을 더하자 1700RPM 수준이던 엔진회전수는 약 1.3~1.5초만에 4000RPM을 넘어섰다. 뛰어난 동력 성능 덕분에 스포츠 모드에서는 2.2톤(t)의 육중한 SUV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이런 가속의 대가는 비쌌다. 순간 연비가 막대그래프로 보여지기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동안은 어지간한 외제 스포츠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참고로 모하비 더 마스터의 공인연비는 9.4 km/ℓ다.

모하비 더 마스터 뒷좌석에 앉아 가속과 제동, 차선변경을 반복하며 승차감도 느껴봤다. 대체로 SUV의 뒷좌석 승차감은 앞좌석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뒷좌석에서는 방지턱만 몇 차례 지나가도 멀미가 올라오기도 한다. 모노코크보다 프레임바디 SUV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의 뒷좌석에서는 특유의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중형 또는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까지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각선에 가까웠던 후륜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 각도를 직각에 가깝도록 수정했다”며 “충격흡수장치가 직각에 가까울수록 주행 시 흔들림을 더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성능도 기대보다 준수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기습적 폭우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도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내친김에 고속도로에서 차로 유지 보조(LF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을 켜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봤다.

폭우에 센서가 인식을 못하고 차선을 이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운전대를 즉시 잡을 수 있도록 긴장을 유지했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는 문제 없다는 듯 내달렸다. 다만 몇 분 지나지 않아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문구가 반복해 나왔다. 경고문구가 표출되는 간격이 점차 짧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10분 이상의 반자율주행은 어려울 듯 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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