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알기 쉬운 법, 지키기 쉬운 법을 만들어야

입력 2019-09-09 09:00
우리나라의 법령은 한자 문화와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어식 표현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법령을 보다 보면 ‘개피(開披)하다’ ‘사위(詐僞)’와 같이 어려운 말들이 나왔다. 그렇다 보니 국민에게 ‘법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법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법령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죄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 법제처는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쉬운 법령’, ‘뚜렷한 법령’, ‘반듯한 법령’, ‘자연스러운 법령’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어려운 법령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법률에 쓰이는 한자어를 한글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개피(開披)하다’는 ‘개봉하다’로, ‘사위(詐僞)’는 ‘거짓’으로 한자어를 한글로 순화했다. 시간이 지나며 띄어쓰기나 문장부호와 같이 어문규칙에 어긋나는 문장 정비까지 이어졌다. 2014년부터는 일본식 표현, 차별 및 권위적인 표현 등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가령, ‘그밖의 또 다른 것’이라는 뜻을 가진 ‘기타(其他)’는 일본식 한자어다. 이를 ‘그밖에’로 바꾼 예가 있다.

이렇게 어려운 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순화하거나, 잘못된 표현들을 바꾼다. 바뀐 법령들은 국민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올바른 언어생활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통해 최근에도 ‘제세동기’를 ‘심장충격기’로 순화하며 꾸준히 법률 용어들을 바꾸고 있다. 또한, 법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검토해 어려운 용어가 법령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법령 순화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전문가가 아니면 법령을 알아보기 힘들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용어도 많아 과연 법이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법을 알고, 지키면서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일이 없기 바란다.

하상헌 생글기자(삼일상업고 3년) hanabeen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