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줄이야.
땡땡 소리가 울리면 동네를 가로지르는 기차와 철도건널목, 나지막한 구옥들과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 예스럽고 정겨운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이다. 사람도 풍경을 닮는 것일까. 인생의 긴 철로를 지나 한강로동에 정착한 주민들의 일상은 더 친근하고 따뜻하다. 옛 서울의 모습이 남아있고 여전히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서울 한강로동에서 배우 김영철의 마흔 번째 '동네 한 바퀴'가 시작된다.
철도 건널목은 서울에도 몇 군데가 있지만, 한강로동의 건널목이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경의선과 중앙선, 두 노선이 지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운이 나쁘면 두 노선의 기차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5분 넘게 기다릴 때도 있다.
이어,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김이 펄펄,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땡땡 거리의 방앗간. 막연한 꿈을 안고 남원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야반도주한 16살 철부지는 용산역에 내려, 한강로동에서 44년 만에 자수성가의 꿈을 이룬다.
배우 김영철은 천천히 동네를 구석구석 둘러본 그들이 말하는 기찻길 옆 동네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거리를 걷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추억의 과자점. 1967년 아버지가 연탄불에 하나하나 굽던 과자는 이제 아들과 사위가 오랜 명맥을 잇고 있다. 2대째 이어져오는 옛날 과자의 맛은 배우 김영철의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한데, 덥고 좁은 점포에서 맛을 위해 에어컨도 반납하고 기계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는 아들과 사위. 추억의 맛을 위해 누구보다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은 과자를 통해 아버지의 인생을 추억하는 중이다.
두번째는 초밥집 외벽에 웬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배우 김영철은 호기심 가득 가게 문을 열어본다. 알고 보니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는 이 집의 가장 인기 있는 초밥 메뉴!
세번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 제품 유통 1번지, 용산전자상가. 1990년대 호황기를 끝으로 예전 화려했던 명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요즘 이곳에 다시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네번째로 노래 한 곡으로 더 유명해진 서울의 명물, 바로 1967년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회전식 입체교차로인 일명 ‘삼각지 로터리’다. 당시 미군부대와 군 시설이 모여있어 서울의 화려한 중심지였던 이곳을 추억하며 길을 나선 배우 김영철. 그의 눈에 작은 점포가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용산에 미군부대가 있던 시절, 군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식당이 있다. 미군을 상대로 매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은 부대에서 가져오는 햄과 고기로 찌개를 끓여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칭 부대감자국. 51년째 한자리에서 부대감자국과 베이컨 볶음밥을 만들어온 할아버지의 음식은 우리에게 어떤 추억을 떠올려줄까.
옛 서울의 모습이 남아있는 서울 한강로동.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꿋꿋하게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가오는 9월 7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40화. 추억하다, 기찻길 옆 동네-서울 한강로동 편에서 공개된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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