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 2분기 GDP 역성장…日, 마이너스 물가 탈출 못해

입력 2019-09-05 17:19
수정 2019-09-06 01:48
경제지표 중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금리만이 아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도 속속 ‘음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린 독일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독일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이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독일 경제의 좋은 날들이 마침내 끝을 향하고 있다”며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장관 등 독일 각료들이 잇달아 본격적인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영국의 2분기 GDP 증가율(전기 대비) 역시 -0.2%로 곤두박질쳤다.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홍콩도 2분기 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4%로 집계됐다. 홍콩 정부는 올 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3%에서 0~1%로 크게 낮췄다.

미국, 중국 등 다른 주요국도 성장이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올 2분기 GDP 증가율은 2.0%(연율 기준)였다. 전분기(3.1%)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시행 이후 나름 순항했던 일본 경제도 부쩍 풀이 죽은 모습이다.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올 실질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크게 낮췄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실질GDP 증가율 전망치를 0.8%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의 양대 성장 축인 중국과 인도도 2분기 각각 6.2%와 5.0% 성장(전년 동기 대비)했지만 성장의 폭은 크게 줄었다.

물가 측면에서도 마이너스의 등장이 늘고 있다. 한국은 올 8월에 1965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전년 동월 대비 -0.04%)했다. ‘잃어버린 20년’ 기간에 장기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던 일본은 아직도 물가 하락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2015년 이후 올 7월까지 일본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전체 기간의 30.91%인 17개월 동안 전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1월(-0.2%)과 6월(-0.2%), 7월(-0.1%)에 마이너스를 찍었다.

매년 1.3%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던 대만의 소비자물가지수도 올 들어선 7월까지 평균 0.54% 상승률에 그칠 정도로 부진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지수도 올초 1.4~1.5%대에서 7월과 8월에 각각 1.0%로 낮아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심은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