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내신 등급으로 어학실력 판단?…"외고 수준 모르고 하는 이야기"

입력 2019-09-04 11:44
수정 2019-09-04 11:45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영어 성적을 공개하며 영어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가운데 학원가에서는 "주 의원이 외고 사정을 모르고 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박형준 에스베어 컨설턴트는 4일 주 의원의 지적에 대한 질문에 "평균 점수 자체가 조밀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준이 높은 상황이기에 등급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한영외고도 평균 자체가 90점대 가까이 구성이 되기 때문에 하나 두 개만 틀려도 구조적으로 금방 3등급, 4등급이 된다"고 답했다.

임태형 학원멘토 컨설턴트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영어 내신 등급만 갖고 평가하는 것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지적이다"라며 "한영외고 입시를 지도해봤지만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실력이 좋아도 우리나라 내신 시스템에서는 영어 실력과 동떨어지는 반비례적인 성적이 나오게 된다"고 전했다.

모 입시학원의 A컨설턴트는 "내신 등급과 영어 실력은 절대 똑같이 취급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외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 의원의 발언에 반박했다.

또한 조 후보자 딸의 어학 성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 내신 등급이 아닌 표준편차·당시 학급 구성원 수 등 구조적인 부분들을 포함하는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컨설턴트는 "외고의 어학 성적을 보기 위해서는 평균에서 조밀하게 붙어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표준편차를 봐야 한다"라며 "변별력 자체가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표준편차 등 종합적인 내용들을 보고 조 후보자 딸의 성적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컨설턴트는 "결국 표준편차와 수강자 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있어야 영어 성적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면서 "특히, 외고에는 영어 과목이 여러 과목이 있는데 과목마다 수강자 수 자체가 많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강자 수가 많으면 어느 정도 등급과 영어 성적의 상관성을 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15명에서 20명 정도만 수업을 듣는다"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1등급 2등급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수강자가 25명이 안 되면 1등급 자체가 그 수업에서 나오지 않고 또 동점자가 많으면 중간석차라 해서 만점 맞은 학생이 여러 명이면 전체적으로 등급이 밀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컨설턴트는 "각 대학마다 어학 성적 등에 대한 판단을 하는 기준은 다르다"면서 "다만, 결국 이러한 학생들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 3일 조 후보자 '셀프 청문회'의 반박 성격으로 열린 한국당 반박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자 딸의 한영외고 시절 성적표를 제보받았다"면서 "영어 작문, 독해 등의 과목에서 상당히 하위등급, 구체적으로 6~7등급 이하였다. 유일하게 영어 회화만 4등급을 2번 받았다. 전문적인 의학 논문을 제대로 번역하려면 영어 회화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의원은 조 후보자가 딸이 영어를 잘해 논문 저자로 등재됐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거짓 해명으로 확신한다"면서 "본인 딸을 용으로 만들려고 황제스펙을 만들어준 위선의 극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후보자의 딸은 같은날 경남 양산경찰서에 한영외고 생활기록부와 부산대 의전원 재학 당시 성적 등이 유출된 것에 대한 조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초·중등교육법 제 30조 6항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생부를 해당 학생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 대한 감독·감사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 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등의 경우에만 허용된다.

경찰은 해당 정보가 유출된 경위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조준혁/이미경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