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의 연구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이유가 조 후보자의 딸 조 모(28)씨가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표창 내역이 부정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3일 경북 영주에 있는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과 이 학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씨가 자기 소개서에 기재한 동양대학교 총장의 표창장에 대해 학교 측의 "발급한 적이 없다"는 진술을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종합해 보면 사모펀드 거래 및 딸의 인턴 등 스펙관리는 정 교수가 전담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정 교수 쪽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정 교수가 몸 담고 있는 동양대 교양학부에는 조 후보자의 서울대 동기인 진중권 교수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 교수는 평소 조 후보자에 대해 '짜증나는 놈'이라고 평가했다. 잘생기고 키도 큰 데 착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교양학부 영어영문학을 진 교수는 미학 교수를 맡고 있다.
진 교수는 2016년 모 언론 기고글에서 "어느 정권이나 집권 말기에는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정권 아래서 대통령의 가족들은 비교적 조신하게 살았다. 그 비리가 이번 정권에서는 가족 대신에 최순실 사건으로 터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녀가 대통령에게 가족 못지않게, 혹은 가족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녀를 보호하려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라 할 정도다"라면서 "그냥 털고 넘어가면 안 되나? 경제도 위험하고, 안보도 위태롭고,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국정목표’는 오직 하나 최순실 방어에 있는 듯하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는 얘기다. 덮어도 덮어도 새 의혹이 터져 나오니, 또 종북몰이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조국 구하기가 필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도 위험하고 안보도 위태롭고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국정목표는 ㅇㅇㅇ 방어에 있는 듯하다'는 대목은 최순실을 조국으로 교체하면 현재 상황을 기술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저희 서울대 교수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가 수험생이면 서울대에 못 들어왔겠다.' 대학 수험생 입시 관리를 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하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면 도저히 그런 스펙을 만들어 오지 못할 것 같아서요. 영어 인증 성적은 물론, 여러 종류의 높은 수준의 발명특허를 딴 고등학생도 있었다 하더군요. 저도 아이가 있습니다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이 안 됩니다."
조 후보자는 2016년 11월 진중권 동양대 교수, 서경식 일본 도쿄게이자이대학 교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부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이사 등과 함께 '치유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조 후보자는 2014년 12월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양극화를 넘어 경제 민주화로'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면서 위와 같이 고등학생들의 스펙 쌓기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 활동을 한 뒤, SCI급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는 등 화려한 스펙을 쌓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휴학하기 전 장학금을 수령했으며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유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격려성(?) 장학금을 받았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뒤 두 차례 유급을 했지만 6학기에 걸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다.
학생들의 화려한 스펙 만들기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대중 앞에서 강의한 조 후보자의 말이 진실된 것이라면 조국캐슬의 주인공은 조 후보자가 아닌 정 교수일 것이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인턴 체험에 고스펙 쌓고 꽃길을 걷고 있는 조 후보자 딸. 그가 신청도 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학교가 줬다는 장학금은 신고 재산만 56억원에 달하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스펙 리스트였던 것일까.
2016년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에 대해 "'돈도 실력'이라는 말이 사람들 심금을 후벼 팠다"고 비판한 진 교수는 조 후보자 딸 '황제 입시'의혹에 아예 침묵하고 있다. '이중적 태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