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베트남 대사에 박노완 전 호찌민 총영사(사진)가 내정됐다. 베트남 근무 경력만 10년가량인 ‘베트남통(通)’이다. 박 내정자는 2017년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최씨의 ‘낙하산 인사’로 낙인 찍혀 자리에서 물러나 전북 국제관계대사로 근무 중이다.
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외교부는 5~7명의 주베트남 대사 후보 가운데 박 전 총영사를 1순위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인사 검증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박노완의 컴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가 신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인 베트남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김도현 전 특임대사가 지난 6월 해임된 이후 베트남 대사직은 3개월 넘게 공석이다. 신임 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베트남 홀대론’까지 나왔다.
박 내정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베트남 전문가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외무고시 24회로 외교부에 입성했다.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은 지 3년 뒤인 1995년부터 주베트남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2등서기관, 1등서기관, 공사참사관, 공사를 거쳐 호찌민 총영사까지 지냈다. 베트남외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현지 사정에 밝다. 한·베트남 양국이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임자라는 게 중론이다. 베트남은 내년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박 내정자로서는 ‘최순실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당시 사건으로 그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2017년 호찌민 총영사관에서 함께 근무하던 김재천 영사의 고발이 발단이 됐다. 김 전 영사는 당시 전대주 주베트남 대사뿐만 아니라 박 총영사도 최씨의 천거로 발령받았다고 진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씨의 아들이 호찌민시에서 고급 유치원을 운영 중이라는 것과 맞물려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도 외교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 부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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