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하세인"…한국이름 명함들고 떡 돌린 에쓰오일 CEO

입력 2019-09-04 17:39
수정 2019-09-05 00:21
“안녕하세요. 하세인입니다.”

후세인 알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취임 이후 ‘하세인(廈世絪)’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본명인 ‘후세인’의 발음에 맞춘 것. 그는 4일 임직원 100여 명과 함께 서울 마포 이대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사랑의 송편 나누기’ 자원봉사활동에 참석하면서 한국 이름이 적힌 명함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하세인은 큰 집에서 넘치는 기운으로 복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이웃과 복을 함께 나누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알카타니 CEO와 에쓰오일 임직원들은 이날 직접 송편을 빚은 뒤 식료품 및 생필품과 함께 포장해 본사가 있는 마포구 일대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정, 장애인, 독거노인 등 저소득가정 800가구에 전달했다. 그는 “사람들 내면의 선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며 “이웃들이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에쓰오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알카타니 CEO는 한국 생활이 3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우구이에 곁들인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을 정도로 한국에 푹 빠졌다. 최근 경복궁에 다녀와선 임직원에게 “한국 전통문화에 감탄했다”며 ‘원더풀’을 연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알카타니 CEO는 취임 직후부터 한국어 수업을 열심히 받고 있다”며 “한국인 직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한국어로 짧은 스피치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공부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에쓰오일 CEO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 출신이 맡고 있다. 에쓰오일 CEO의 한국식 이름 짓기는 2008년부터 4년간 에쓰오일을 이끌었던 아흐메드 알수베이 CEO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한국에 공장이 있는 만큼 한국 친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수베이 사장은 자신의 성(수베이)을 거꾸로 해 이수배(李秀培)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