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장애학생을 자녀로 둔 서울 강서구 학부모들이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고 호소한 지 2년이 지났다. 무릎 꿇은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면서 서진학교는 지난해 8월 첫 삽을 떴다. 착공 당시만 해도 이달 개교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적 관심이 시들해진 사이 서진학교 개교 시점은 내년 3월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지난 2일 서진학교 공사 현장(사진)을 찾았다. 부지엔 여전히 앙상한 철골 구조와 함께 흙먼지가 흩날렸다. 민원이 빗발쳐 공사진척률은 65%에 그치고 있어 개교 일정은 아직도 불투명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주말엔 공사 말라” 민원에 개교 연기
이날 서진학교 공사 현장 주변에 둘러쳐진 안전펜스엔 ‘2019년 9월에 멋진 학교로 만나요!’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문구가 새겨진 펜스 앞으로는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쉼 없이 지나다녔지만 건물은 아직 철골구조만 보였다.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서진학교 공사 현장에서 만난 인부 A씨는 “서진학교 개교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워낙 많아 공사를 하기 너무 어렵다”며 “내년 3월 개교가 목표이지만 실제로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에 공사가 이어지면 집중 민원을 쏟아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시끄러워 쉴 수 없다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며 “주말에도 공사가 진행되는 일반적인 건설 현장과 달리 평일에만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시간을 초과해 공사를 하면 항의 민원을 집중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진학교 공정률은 65%다. 3월 개교를 위해선 적어도 1월까지는 공사를 마무리하고 세부적인 시설 정리가 필요하다. 지난 1년 동안 65%를 지었는데 5개월 동안 35%를 지어야 하는 셈이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3월엔 반드시 개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완공이 재차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5월 개교 시기를 미룰 당시에도 “11월엔 반드시 개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 집값은 꾸준히 올라
인근 주민들이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한 것은 집값 하락 우려 때문이다. 서진학교 건너편에 있는 강서반포자이의 일부 주민은 장애학생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파트 주변으로 담장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동산 실거래가를 확인한 결과 서진학교 인근 집값은 서진학교 개설이 확정된 2016년 이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2015년 7월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9㎡ 기준 실거래 가격은 5억9928만원이었다. 2017년 7월 실거래 매물 중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 건은 7억1500만원, 2019년 7월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4년 동안 2억원 넘게 뛴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로 인해 한국엔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전국 특수학교는 177개다. 특수학교에서 수용하는 장애학생은 2만6084명으로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 9만2958명의 28%에 불과하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