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이 꿈꾼 미래 현대건축으로 만나볼까

입력 2019-09-03 18:03
수정 2019-09-04 03:14
2012년 첫 회 때 35만 명, 2017년 2회 때 9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은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 야외 프로젝트’가 2년 만에 다시 열린다.

5일 개막하는 건축전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기억된 미래’는 고종황제가 서거하고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 대한제국 시기에 품었음 직한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현대 건축가의 시각과 상상으로 풀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서울관 야외에서 함께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스페이스 파퓰러(태국), CL3(홍콩), 뷰로 스펙타큘러(대만), OBBA(한국), 오브라 아키텍츠(한국) 등 아시아지역 건축가 다섯 팀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지희 학예연구사는 “덕수궁은 ‘개항’과 서양문물이 유입되는 ‘근대화’라는 전환기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아시아 출신 건축가들이 덕수궁과 하나의 공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파퓰러는 덕수궁 광명문에 설치 작품 ‘밝은 빛들의 문’을 선보인다. 광명문이란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빛을 통해 건축적인 것과 미디어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한국의 단청 패턴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 공간을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고종황제 침전이던 함녕전 마당에 설치된 CL3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는 황실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라운지 의자, 풀 배드, 시소 등 20세기 서구의 실험적인 가구를 조합한 6개 가구 유형을 설치해 동서양이 만나던 대한제국 시대 황제의 일상적 삶을 상상하게 한다.

덕수궁 법전으로 과거 연향(궁중잔치) 무대였던 중화전 앞에서는 OBBA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을 만날 수 있다. 연향 때 쓰인 전통 구조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오색 반사필름이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반응하며 춤추듯 화려한 색을 만들어내 묘한 풍경을 연출한다.

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 마당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의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인 ‘영원한 봄’이 11일 공개된다. 기후 변화와 역사 변혁에 대해 다양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