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M 사장의 경고 "노조 파업 계속하면 韓 물량 뺄 수 있다"

입력 2019-09-03 17:37
수정 2019-09-04 00:51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고위 임원이 “한국GM 노동조합이 파업을 계속하면 한국에서 생산할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GM은 한국GM의 최대 주주(지분율 77%)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22일 방한한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 임직원과 만나 “GM 본사 경영진은 한국GM 노조의 파업에 매우 실망스러워하고 있으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은 한국GM만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월 ‘한국GM 사태’(군산공장 폐쇄 발표로 촉발된 노사 간 극한 갈등)가 봉합된 이후 GM의 사장급 임원이 한국GM 생산 물량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 본사가 노조의 파업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한국GM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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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북미공장 문닫고 있는 현실…한국GM 노조도 직시해야"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줄리언 블리셋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임한택 한국GM 노조위원장을 면담한 뒤 부평, 창원공장 임직원들과 만났다. 당시 한국GM은 블리셋 사장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직원 여러분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그의 발언 수위는 더욱 강경했다.

그는 “올해 임금교섭과 관련한 상황이 매주 GM 본사 경영진에 보고되고 있다”며 “최근 GM이 북미지역 공장들의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을 한국GM 노조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GM은 부평1공장에서 트랙스를, 부평2공장에서 말리부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부평1공장에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트랙스 물량은 부평2공장으로 옮긴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는 내수는 물론 수출도 하는 모델이다. GM 본사가 이들 물량 일부를 해외의 다른 공장에 배정하기로 결정하면 한국GM은 꼼짝없이 공장 한 곳의 문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한국GM 노조는 파업을 접을 계획이 없어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장기 파업도 검토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을 지금보다 12만3526원(호봉 승급분 제외·5.7%) 올리고 통상임금의 250%(약 1023만원)를 성과급으로, 650만원을 격려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줄인 임직원 복리후생을 원래대로 회복해달라는 주장도 했다. 회사 측은 올해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기본급을 올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