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이날로부터 사흘 후인 오는 6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야당은 “최소 5일 이상의 재송부 요청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청문회 무산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혀 막판 여야 간 개최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귀국일인 6일까지 재송부해 달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조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 대상자 6명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며 “문 대통령은 6일까지 보고서를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6일은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의 귀국 날짜이기도 하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6일 후보자들 임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귀국 후 저녁 때쯤 청와대로 돌아와서 청문보고서를 본 뒤 그때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과 관련, “청와대 수석·실장 간에 오전에 논의한 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조 후보자를 포함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여섯 명과 관련된 것이어서 송부 시한을 막연히 길게 줄 수 없는 곤란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실상 ‘국회의 시간’은 끝났다”며 청문회 개최가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6일 재송부 시한이 종료되면 7일부터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상 임명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주말 사이 재가를 하고 9일에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순방 직후 첫 출근 날인 9일에 재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에 임명된 장관 후보자들은 10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야당 “송부 기한 최소 5일 보장해야”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이미 야당이 가족 증인 채택을 포기한 만큼 나머지 증인의 국회 출석을 강제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5일 이상의 재송부 요청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어제 같은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물리적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증인에게 출석 요구서를 송달할 5일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결국 청문회를 하지 말라는 말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여야가 합의해 5일 뒤라도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청문회 없는 임명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강경 투쟁 방침도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면 한국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나 청문회 개최 가능성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그는 “한 가지 변수는 검찰 수사 결과가 3일 안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속도를 내는 부분이 있어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조 후보자에 대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드러나면 이를 계기로 6일 이전에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후보자 기자회견 비판 봇물
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이날 조 후보자가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신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해 “국회를 능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는 장황한 변명과 기만, 감성팔이만 반복했다”며 “버젓이 법으로 정해진 국회 인사청문 제도가 있음에도 조 후보자는 감히 그 추악한 발걸음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능멸했다”고 분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조 후보자가 ‘셀프 청문회’를 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 야당인 정의당에서도 조 후보자 기자회견이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갑작스러운 간담회 진행으로 인해 국민들 의구심이 모두 풀리기엔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박재원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