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대학의 젊은 교수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게 됐다. 청중 일부는 대학교수와 연구자 대상 강연에서 ‘웬 기업가정신?’이라며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내린 기업가정신의 정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혁신 의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창조 의지,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해내는 도전 정신’이다. 그렇다.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혁신을 위한 도전 정신과 사회적 책임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은 기업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산업·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이다.
도전 정신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은 사회적 가치 추구와 연결돼 있다. 사회적 가치란 사회·경제·환경·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1990년대부터 강조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주로 자선, 기부,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타났다. 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업 영속을 위한 투자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에는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강도가 더 커지고 있다. 이윤 추구에만 집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회적 가치 추구 역시 기업인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각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강연의 마지막에는 ‘전문가정신’을 강조했다. 일반인과 비전문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실력과 열린 마음, 그리고 윤리의식이다. 한순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 해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고 축적하지 않으면 전문성을 유지할 수 없다. 전문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도 줄 수 있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익이 아니라 공익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강연이 끝난 뒤 처음에는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것에 의아해했던 일부 청중이 공감하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한 젊은 연구원의 질문은 마음 한구석에 아직 남아 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강연 내용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것을 왜 중·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에서는 다루지 않나요?” 우리 교육을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