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은 3일 국내 금융권 최초의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자문사 신한에이아이(신한AI)를 출범시켰다. AI가 투자상품을 추천하고 자산관리 전략을 짜주는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쌓아온 금융 전문성에 AI를 더해 ‘믿고 맡기는 금융사’로 거듭나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목표다.
차별화 시동 건 신한금융
신한금융은 이날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26층에 마련한 신한AI 본사에서 ‘신한AI 출범식’을 열었다. 신한AI 출범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꼽는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신한금융의 16번째 자회사로, 현재 자본금은 420억원이다. 투자자문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신한금융 직원과 외부에서 영입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공학자 등 20여 명 규모로 시작한다.
그동안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는 선보였지만 보조수단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국내 금융권에서 AI를 주력으로 하는 전문회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신한AI 출범 전략부터 발전 방안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AI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기존 사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조 회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과 사업성을 갖춘 AI 전문회사가 돼야 한다”며 “기존 시각에서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분석 대중화되나
신한금융이 AI 기술을 눈여겨본 것은 2016년부터다. 지난해부터는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와 미국 IBM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일명 ‘보물섬 프로젝트’라는 AI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보물섬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AI 투자자문 플랫폼 ‘네오(NEO)’가 신한AI의 기반이 됐다. 네오는 IBM의 AI 서비스 ‘왓슨’의 최신 AI 분석 기술을 적용했다. 네오는 과거 30년 이상의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촘촘하게 분석한다. 더욱 정교하게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신한금융 측은 설명했다.
신한AI는 우선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P자산운용 등 신한금융 계열사 네 곳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각 계열사가 네오를 이용해 개인에게 투자자문 결과를 공급해주는 형태다. 네오는 자산 배분 방법과 최적의 투자상품을 상세하게 추천해준다. 신한AI는 각 계열사가 네오를 이용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AI가 고객 관점에서 더 객관적이고 차별화된 투자 전략과 상품을 추천할 것”이라며 “고액자산가가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받던 투자자문 서비스를 일반 고객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AI는 시장 변화를 반영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방식의 상품도 수시로 낼 계획이다. 서비스 고도화를 거쳐 내년 말에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도 네오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향후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늘리기로 했다.
서비스 고도화에도 꾸준히 신경쓸 방침이다. 신한AI는 캐나다 AI 연구기업인 엘리먼트AI를 비롯해 KAIST 등 국내외 AI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AI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의 업무제휴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지분투자 또는 인수합병(M&A)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