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 정기국회…'조국 大戰'에 첫날부터 파행

입력 2019-09-02 17:36
수정 2019-09-03 01:21
여야가 2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본격적인 일정 시작 전부터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기자회견을 밀어붙이면서다. 야당은 지난달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통과를 규탄하며 모든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을 거부한 바 있어 국회가 또다시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사일정 합의했지만…냉랭한 개회식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오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9월 17~19일 3일간, 대정부질문은 23~26일 4일간, 국정감사는 9월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 20일간으로 합의했다”며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의 정부 시정연설은 다음달 22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그러나 조 후보자 국회 청문회 막판 협상에서는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2~3일 인사청문회를 열자는 민주당과 이날로부터 5일 후 개최하자는 야당이 맞서면서다.

여야 합의 무산 후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식에서는 전운이 감돌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조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법대로 시행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자리에 내걸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을 의식한 듯 무거운 분위기로 자리를 지켰다.

문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국회는 여야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매우 어려운 정국”이라며 “6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지금처럼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 일은 흔치 않았다. 도대체 우리 국회는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 정기국회가 더욱 극렬한 대치와 정쟁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며 “마지막 정기국회에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 청문’ 사실상 강행…4野 반발

여당은 합의 무산 직후 국회에서 야당을 배제한 채 조 후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여야가 국회 청문회 일정에 합의해 무산됐던 ‘조국 국민청문회’를 사실상 강행한 셈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범여권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일제히 반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딸은 ‘귀족 프리패스’로 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더니 아빠는 ‘콘서트’하고 장관에 임명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시한 초유의 국법 유린사태”라고 꼬집었고, 이승한 평화당 대변인은 “기자간담회 명분이 없다”고 논평했다.

‘데스노트’ 작성을 검토 중인 정의당의 유상진 대변인은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며 “이대로 청문회가 무산되고 임명 절차로 가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조금이지만 개선세를 보였다.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남녀 50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조 후보자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여론이 42.3%, 반대는 54.3%였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결과에 비해 반대는 0.2%포인트 줄었고 찬성은 3.1%포인트 늘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