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이 동반 급락하는 등 조정 장세가 펼쳐졌던 지난 한 달간 설정액이 늘어난 공모펀드의 대다수는 채권형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가치 하락을 피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는 자금이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증시 반등을 노린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렸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소나기는 피해야” 돈 몰린 채권형 펀드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설정액이 증가한 상위 10개 공모펀드 가운데 7개가 채권형 펀드인 것으로 집계됐다. 10개 펀드의 설정액 증가 합계액은 2조5621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채권형 펀드 비중이 63.7%(1조6325억원)였다.
채권형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펀드는 우리금융그룹 산하 ABL글로벌자산운용이 판매하는 ‘ABLPIMCO글로벌투자등급채권’ 펀드로 지난달에만 318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펀드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가 운용하는 ‘GIS인컴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7월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펀드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ABL운용 인수 승인이 마무리되기 전인 7월 중순만 해도 3000억원에 불과했던 설정액이 한 달 만에 7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우리은행 영업점마다 안전자산 및 해외 펀드를 찾는 고객의 수요를 이 펀드로 집중 유도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환헤지형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펀드의 지난 한 달 수익률만 2%를 넘었다.
나머지 채권형 펀드는 대부분 도피성이 강한 단기채 펀드였다. ‘미래에셋법인전용MMF1(국공채)’ ‘KTB법인MMF1(국공채)’ ‘우리하이플러스단기우량채권’ ‘삼성KODEX단기채(ETF)’ 등의 펀드에 총 8312억원이 들어왔다. 삼성KODEX단기채권 ETF를 운용하는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단기채 펀드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자금을 일시적으로 피난시켜 놓으려는 기관투자가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파킹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1개월 수익률은 0.1~0.2%로 낮았다.
레버리지 ETF, 증시 반등 노렸지만…
주식형 펀드 가운데서는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상위권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삼성KODEX200레버리지’ ETF에는 4120억원이 몰렸고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ETF에도 3130억원이 순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급락장에서 지수 반등을 노리고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쏠린 것”이라며 “예상대로 지수가 오르면 이익이 두 배가 되지만 반대로 더 떨어지면 손실도 두 배가 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수의 반등 폭이 크지 않아 이들 ETF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KODEX200레버리지 ETF는 지난 한 달간 10.37%의 손실을 냈으며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ETF도 손실률이 13.88%에 달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