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49)은 2000년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다. ‘신라의 달밤’(2001)을 필두로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3) ‘선생 김봉두’(2003) ‘이장과 군수’(2007) 등의 코미디 영화를 통해 모두 1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차승원이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11일 개봉, 감독 이계벽)로 돌아온다. 유해진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 ‘럭키’(2016)로 697만 명을 모은 이계벽 감독과 어떤 시너지를 일궈낼지 관심을 모은다. 2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차승원을 만났다.
“제가 출연한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결핍을 지녔어요. 이번 영화도 결핍이 있는 아빠와 딸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탬이 되고 큰 힘이 되죠. 살아가면서 가족만큼 의지가 되는 건 없어요. 상처받은 두 인물이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은 낯설고 어색한 초보 부녀로 만나 예기치 않은 여정을 걷는 동안 서로를 의지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극 후반에는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웅 소방관들의 이야기로 반전된다. 특유의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선보인 차승원은 밀도 높은 감정선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는 분들에 대한 헌사와 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우리 주변에 남을 위해 희생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저도 가족이 있지만 남을 위해 선뜻 희생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흉흉한 세상살이에도 남을 위해 희생하는 직업군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방관이 단연 으뜸일 것입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찍었다”고 했다.
“꾸미는 대신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게 나다워지는 방법인 것 같아요. 메이크업을 하고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얼굴을 만지거나 긁을 수가 없거든요.”
그는 “외모에 자신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제 내려놓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데 집중하는 거죠. 다만 운동을 꾸준히 하며 몸을 긴장시키는 건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자기 몸을 신성한 사원과 같이 대하라는 속담이 와 닿더군요. 배우를 하는 동안에는 내 몸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운동은 열심히 할 것입니다.”
차승원은 최근 몸을 많이 쓰는 ‘노동 예능’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도 밝혔다. tvN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 등에서 그는 출연진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역할로 인기를 얻었다. “초창기에는 스튜디오에서 하는 토크쇼(예능)에 많이 출연했어요. 그런 예능의 단점은 자꾸 말을 하다 보면 헛말이 나오고 실수하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야외에서 하는 노동 예능은 열심히 일만 하면 됩니다. 가끔 제 생각과 습관 등을 얘기하면 되죠. ‘그렇게 살다 보니 이렇더라’ 하는 얘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어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