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압에 더 폭발한 홍콩 시위…'차이나치' 깃발 등장

입력 2019-09-01 18:18
수정 2019-11-30 00:01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불허하고 시위대 지도부를 무더기로 체포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은 지난달 31일 완차이 체육공원, 센트럴 차터가든, 애드머럴티, 코즈웨이베이 등에 모여들었다. 경찰이 이날 집회는 물론 거리 행진도 불허했고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이 시위를 취소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홍콩 정부청사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건물을 둘러싸고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 행진에선 차이나치(CHINAZI·중국+나치)’라고 쓰인 대형 깃발이 등장했다. 붉은 바탕에 노란 별로 독일 나치를 상징하는 스와스티카 문양을 그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패러디한 것이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홍콩을 해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행진을 마친 뒤 자진 해산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정부청사와 입법회, 경찰본부 인근으로 모여들면서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레이저 광선을 쏘며 계란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 등으로 저항했고 경찰은 실탄 경고사격까지 하며 시위대에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1일에도 홍콩국제공항 주변에서 시위를 벌여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도로와 철도 등 공항으로 가는 모든 길목이 차단돼 수십 편 항공기가 결항됐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최정예 특수부대를 몽콕역과 프린스역 승강장과 객차 안까지 투입해 63명을 체포했다. 또 2~3일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지난달 30일 갑작스레 체포됐다가 풀려난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31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홍콩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