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판 '세종시 투기'

입력 2019-08-30 16:54
수정 2019-08-31 01:34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 수도를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에 건설하겠다고 지난 26일 공식 발표한 이후 인근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은 “동칼리만탄에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몰려들면서 인도네시아부동산기업협회가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제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5000여 개 부동산 관련 업체가 모인 이 협회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나서 새 수도 지역의 땅을 투기꾼이 아닌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수도 이전지는 대부분 인도네시아 정부 소유의 보호림과 임업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기 세력들이 주변 땅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 수도의 건설비용으로 330억달러(약 40조원)를 잡고 있다. 내년 말부터 도시를 짓기 시작해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부기관을 옮길 계획이다. 수도 자카르타에 몰린 인구를 다른 섬으로 분산해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동칼리만탄은 홍수 지진해일 산불 화산 등 재난 위험이 적고,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에 있기 때문에 수도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카르타는 세계적인 비즈니스와 금융 도시로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57%가 자바섬에 몰려 있어 경제력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다.

수도 이전이 부동산 개발업체들엔 최대 성장 모멘텀으로 꼽힌다. 고급 콘도 개발업체 PT 아궁포도모로랜드는 새 수도 지역에 대규모 주거·상업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PP프로퍼티, PT위자야카리아 등도 각자 개발 계획을 짜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