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업체들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12만8767대로 작년 같은 기간(16만627대)보다 19.8% 줄었다.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신차 수입이 늦어진 영향이 컸다.
수입차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에서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이 있어 관심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2만2352대 팔린 준대형 세단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수입차 중 처음으로 10만 대 누적 판매를 달성했다. 쏘나타처럼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입 세단이라는 뜻에서 ‘강남 쏘나타’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가을 이후 ‘수입차 왕좌’ 자리를 두고 굵직한 모델들이 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클래스가 그동안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지금이 1위 자리를 뺏을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 쏘나타’로 불릴 새로운 모델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신형 A6 4분기 출시
우선 아우디코리아는 올 4분기 신형 A6 출격을 준비 중이다. A6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함께 수입 세단의 ‘3대 강자’로 꼽힌 모델이다. 이번에 나올 차량은 8세대 모델로 더 우아해진 외관과 혁신적인 디지털 기능을 앞세워 호평을 받았다.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가 길어져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A6의 경쟁력은 올초 이미 검증됐다. 작년 12월 국내에 들여온 2018년형 A6 40 TSFI 모델이 판매 시작 두 달 만에 완판됐다. 지난 2월엔 1617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링 수입차에 오르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올해 물량 부족으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지만 A6를 비롯해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Q7 45 TFSI 콰트로와 더 뉴 아우디 A5 45 TFSI 콰트로의 사전계약을 받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는 중형 세단인 S60이 등판했다. 8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3세대 모델로 지난 27일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초반 돌풍은 거세다. 7월 초부터 받은 사전계약이 1700대를 넘어섰다. 이는 XC40과 V60의 두 배 규모로 볼보가 국내에 들어온 이래 최대 기록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상위 세부 모델인 인스크립션의 국내 판매가는 5360만원으로 미국 판매가(5만3640달러)보다 약 1000만원 저렴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SUV를 중심으로 공세에 나선다. 내달 2020년형 티구안의 사전계약에 들어가고 11월엔 3세대 투아렉을 선보인다. 티구안은 2014~2015년 2년 연속으로 수입차 가운데 베스트셀링카에 올라 ‘강남 싼타페’로 불린 SUV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티록과 티구안 올스페이스, 테라몬트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라며 “한층 강화된 SUV 라인업을 앞세워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역대 ‘강남 쏘나타’ ‘강남 싼타페’는 무엇
업계에서는 ‘강남 쏘나타’의 시초를 미국 포드자동차의 세이블로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수입해 판매한 모델이다. 세이블 LS는 1994년 국내에서 904대 팔리면서 베스트셀링 수입차 자리에 올랐다. 당시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0.3%에 불과했기 때문에 수입차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가 약진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320은 1999년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다. BMW는 2000년과 2001년 각각 320과 530을 1위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독일차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일본차들이었다. 렉서스는 2001년 국내 시장에 진입해 2002년 ES300을 판매 1위 자리에 올렸다. 이후 ES 시리즈는 2000년대 중반까지 수입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혼다는 2007년 CR-V, 2008년 어코드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휘어잡았다. 이후 주도권은 다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로 넘어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