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음식까지 배달한다면. 미래의 식당 모습이 이럴까.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테헤란로의 푸드테크 레스토랑 '레귤러식스(REGULAR SIX)' 내부 카페 '라운지엑스(Lounge X)'에는 음식에 IT(정보기술)가 결합된 시도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레귤러식스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월'의 이종근 대표(39·사진)가 만든 실험적 외식 공간이다. 레귤러식스는 대한민국 팔도의 재료를 이용해 서울에 여섯 개의 맛을 모았다는 의미다. 숙성회를 다루는 '조선횟집', 막걸리 파전 가게 '월향', 돼지구이 식당 '산방돼지' 등 여섯 개 식당이 입점해있다.
이 대표는 IT를 결합한 육류 식자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스타트업 '육그램'의 대표이기도 하다. 1년6개월 전 육그램 창업자였던 이 대표는 월향의 이여영 대표와 올 초 육월을 공동 창업했다. 이름부터 육그램의 '육'과 월향의 '월'이 만나 육월이 됐다.
"월향에 고기를 납품하다가 대표님과 친해졌죠. 월향 대표님은 국내 외식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저 또한 실생활에 적용되는 기술을 음식에 구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두 마음이 통해 만든 게 육월입니다."
◆ "저는 AI나 블록체인 '덕후'는 아닙니다"
이 대표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육월을 창업했다.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을 실생활에 녹여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과대포장하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포부를 밝히며 "AI나 블록체인의 '덕후'는 아니다"라고 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IT에 열려있는 사람이에요. 전공이 컴퓨터공학이기도 합니다. AI나 블록체인 등 IT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AI를 활용한 육류 숙성 공간을 만들고 블록체인 결제도 만들고. 다양한 기술을 녹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푸드테크 요소를 많이 녹여 만든 게 레귤러식스죠.”
이 대표는 현재 레귤러식스에 30개 정도의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AI와 블록체인이다. AI로 식자재를 관리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해 결제를 진행한다. 라운지엑스에는 로봇이 서빙하거나 커피를 내린다. 다음달에는 전을 부치는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처럼 AI를 이용해 무인화 방식으로 상추를 기르기도 하고요. 전국의 고기 숙성 장인들 노하우를 관찰한 다음 디지털화해 AI에 학습을 시키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고기를 숙성시키는 냉장고와 컴퓨터를 연동합니다. 전라남도 장인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장인의 노하우와 비슷하게 원육을 관리하는 시도를 해본 적 있어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고 내년 초엔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 "외식업엔 생소한 푸드테크…변할 게 많다"
외식업계에선 아직 '초짜'지만 이 대표의 포부는 원대하다. IT와 친숙한 그가 본 외식업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라운지엑스에 도입한 커피 만드는 로봇 '바리스'와 음식 서빙 로봇 '팡셔틀'도 이 같은 시도의 일환이다.
"IT 전공자 관점에서, 외식업은 접근 요소가 많아요. IT가 접목돼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음식의 맛을 좋게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다양한 핸드드립 방식을 데이터화해 AI에 학습시키고 로봇이 커피를 만들도록 한다면 생산성과 질이 동시에 올라갈 수 있죠. 푸드테크는 외식업을 발전시킬 기술입니다."
이 대표는 레귤러식스를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다. 푸드테크와 관련해 월간 발행을 목표로 디지털 출판도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레귤러식스 2호점을 내는 것, 장기적으로는 한식 세계화가 이 대표의 포부다.
"맛·식재료·마케팅·배송 등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게 푸드테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레귤러식스를 잘 활용해 다양한 일을 하고 싶어요. 레귤러식스에 있는 브랜드를 이용해 간편가정식(HMR)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레귤러식스 2호점을 내면 뿌듯할 것 같아요."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