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건 유족, 결국 '시신 없는 장례' 치러

입력 2019-08-30 11:12
수정 2019-08-30 11:13

'고유정 사건' 피해자 유족측이 결국 시신 없이 장례를 치렀다.

30일 피해자 유족 측에 따르면 고유정의 전남편인 강모(36)씨에 대한 장례가 제주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27∼29일 진행됐다. 사건 발생 100일이 다 되도록 시신을 찾지 못한 탓에 유족은 피해자가 평소 쓰던 모자 5개를 뒤져 찾은 머리카락 7가닥과 옷가지로 장례를 치렀다.

유족 측은 "시신을 찾기 전까진 장례를 치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9월 1일이면 사건 발생 100일째"라며 "49재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더는 늦추지 못하겠다는 판단에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장례식 기간 유족은 여느 장례식과 같이 조문객을 맞으며 장례를 치렀다. 유족들이 가족끼리 조용히 상을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취재진이 몰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의 후임으로 온 장원석 제주동부서장은 장례식을 찾아 유족에게 피해자 시신 수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장례식 마지막 날인 29일, 피해자의 머리카락과 옷가지를 영정사진과 함께 운구해 고인이 근무했던 제주대학교 연구실과 고향 등을 돌아보고, 고인이 봉안될 절로 향했다. 내달 1일과 2일에는 이틀에 걸쳐 백일제를 지낸다.

화장터에서 시신이 아니면 받아줄 수 없다고 한 탓에 유족은 2일 피해자 머리카락 7가닥과 옷가지, 다라니 등으로 불교식 화장을 하고 봉안탑에 안치할 예정이다. 봉안탑은 여닫을 수 있는 개폐식으로 추후 시신 일부가 발견되면 화장해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유족 측은 "뼛조각 하나라도 찾는 게 소원이다. 고씨는 우리 가족 모두를 죽인 거나 다름없다"며 "살인자 고씨가 좋은 변호사를 써서 몇십년 살다가 가석방되지 않도록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