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가 약인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의 데이터 조작 사건으로 한바탕 떠들썩했습니다. 졸겐스마의 개발사인 아벡시스는 동물실험 데이터가 조작된 것을 알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실직고’했는데요. 그런데도 FDA는 졸겐스마를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용화된 제품과 동물시험 당시 사용한 시제품이 달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졸겐스마의 처방이 허용되면서 환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25억원이나 되는 약값은 여전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데요. 그럼에도 주사 한 방으로 SMA를 고칠 수 있는 약에 대한 관심은 여전합니다. SMA는 SMN 유전자의 변이로 생기는 신경근육 질환으로 삼키거나 숨쉬기도 어려워져 사망에 이르는 병입니다. 졸겐스마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인간의 SMN 유전자를 복제한 유전자 조각을 삽입해 만드는데요. 신경세포의 DNA를 변형하지 않고 유전자 조각이 세포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졸겐스마는 주로 팔 또는 다리의 말초 정맥에 1시간가량 정맥 주사합니다. 신기하게도 한 번 투여만으로 효과를 보입니다. 졸겐스마의 표적은 분열하지 않고 오래 생존하는 운동신경 세포이기 때문에 1회 투여로 전달된 유전자의 기능적 복제본이 운동신경 세포 내에 온전히 남아 꾸준히 단백질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 임상 결과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투여 한 달 내 운동기능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앉기와 말하기가 가능해졌고 일부 환자는 걷기도 했습니다. 치료제를 맞기 전 AAV9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 사전에 검사해야 합니다. 투여 시 급성 중증 간 손상과 아미노전이효소 증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 투여 전에 환자의 간 기능도 평가해야 합니다. 투여 전후로 모든 환자에게 전신성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경구 혹은 주사 투여하고 주입 후 최소 3개월간 간 기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임상 결과 졸겐스마 투여 후 4년간 운동기능이 퇴행된 환자는 없었습니다. 임상 3상에서는 평균 생후 4개월인 SMA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졸겐스마를 투약했는데요. 질병이 진행돼 사망한 환자 1명과 시험을 중단한 1명 등 2명을 제외한 19명이 생존했습니다. 19명 중 13명은 영구적 인공환기 없이 생후 14개월에 도달했고 생후 9~17개월 사이에 보조 없이 앉을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졸겐스마를 통해 SMN 유전자의 기능적 복제본을 세포에 삽입할 수 있지만 이미 망가진 운동신경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만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신생아 유전병 선별 검사 항목에 SMA를 의무적으로 추가해 증상 발현 전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요. 만약 신생아 중에 제대로 앉고 기지 못하고 발달이 심각하게 느리다면 빨리 SMA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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