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다이아몬드의 눈물

입력 2019-08-30 17:43
수정 2019-08-31 00:12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다. 다이아몬드를 가공할 수 있는 재료는 다이아몬드밖에 없다. 희소가치도 높다. 지하 120~250㎞에 있는 원석이 화산활동으로 지표면 가까이 올라와야 캘 수 있다. 어원은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다. 그만큼 귀한 보석이다.

다이아몬드가 혼인 예물로 쓰인 것은 15세기 후반부터다.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 대공이 프랑스 공주에게 청혼 선물로 줬다는 기록이 있다. 17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브릴리언트 컷 연마법이 생긴 뒤 수요가 늘어났고, 19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광산이 발견된 이후 대중화됐다.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0억달러(약 97조원)까지 커졌다. 올 들어서는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업체 드비어스의 지난주 원석 경매 매출이 2억8000만달러(약 340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최대 유통회사인 시그넷주얼러스 주가는 올 들어 60%나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원인을 네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다이아몬드 1, 2위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가 급감했다. 다이아몬드는 안전자산인 금·달러와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가 까다로워 환금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홍콩 민주화 시위로 인한 영업 중단까지 겹쳤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고 있다. 1캐럿에 4000달러(약 480만원)인 천연 다이아몬드를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게 됐다.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인들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인공 제품 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또 하나는 세계적인 결혼 기피 현상이다. 결혼·약혼반지는 다이아몬드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 미국의 혼인율은 45%까지 떨어졌고, 귀금속가게 852곳이 폐업했다.

지금처럼 다이아몬드가 무역 전쟁과 시위, 인공 제품, 결혼 기피라는 4중고에 시달리다 보면 언젠가 ‘보석의 황제’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인생사에 ‘영원한 권력’은 없는 이치와 닮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