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의 회계기준은 신산업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재무제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무형가치를 투자자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회계기준원 개원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무형자산 회계 처리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비롯한 현행 회계기준은 기업이 보유한 토지와 설비,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기술과 사업모델, 브랜드, 네트워크, 지식재산권, 가입자 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과 관련해선 제대로 정보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최대 IT 기업인 애플의 대차대조표상 순자산가치(지난해 기준)가 시가총액의 7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도 무형자산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현행 재무제표는 2019년 기업을 1900년대 틀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업의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요인을 ‘핵심 무형자산’이란 개념으로 구분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 무형자산을 공정가치로 측정한 뒤 별도의 보고서 형식으로 공시하는 방안이다.
함께 주제발표를 한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한 게임사가 판매 중인 게임과 판매 예정인 게임, 상표권 등을 측정한 결과 게임의 핵심 무형자산이 무려 208억원어치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해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