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경제 위기 극복의 버팀목이 돼야 할 상황인데 이번 판결로 투자 등의 활동이 위축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29일 많은 기업인이 걱정과 실망감을 쏟아냈다. 삼성과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이 부회장에게 위기극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 성명을 내고 기업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가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일 경제전쟁,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국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 대표기업 삼성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대외 영향력이 큰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도 ‘디스카운트(저평가)’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부사장은 “일본과 ‘경제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재용 부회장이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위기 극복의 싹을 잘라버린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기업 현실에 대해 재판부가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많았다. 경제계 고위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사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은 지금도 알게 모르게 계속 들어온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 기업 활동을 ‘범죄’로 몰아가면 어떤 기업이 국가 사업에 협력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이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감안되지 않았다”며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판결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많은 기업이 ‘범죄집단’처럼 오인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들의 결정을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판결이 나왔다”며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이 발표한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주도로 ‘신성장사업 18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월엔 ‘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 등 굵직한 투자계획을 내놨다. 경총은 “핵심 부품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삼성이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도병욱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