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는 시기엔 주변 사람에게 줄 선물을 챙기기 바쁘다. 추석을 보름가량 앞두고 청와대도 명절 선물을 준비했다. 국가유공자와 각계 원로, 독립유공자 후손과 사회적 배려 계층 등 1만4000여 명에게 전달되는 이 선물세트에는 지역 특산물 4종이 들어 있다. 부산 기장에서 수확한 미역, 전북 고창 땅콩, 강원 정선에서 자란 곤드레나물 그리고 충남 서천에서 빚은 한산 소곡주(사진)도 더했다. 소곡주란 무엇일까.
소곡주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쉽지 않아 다소 생소하다. 이름을 풀이하면 ‘누룩을 적게 사용한 술’이란 의미다. 소곡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크게 세 가지, 백미와 누룩, 물이다. 여기에 메주콩, 생강, 홍고추를 곁들여 향과 맛을 낸다.
한산 소곡주는 백제 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술로 기록에 남아 있다. 서천 한산면에서 빚기 때문에 ‘한산’이라는 지역명이 들어갔다. <삼국사기>의 백제본기는 “무왕 37년(635년) 3월 조정 신하들과 백마강(금강) 고란사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시며 그 흥이 극에 달했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고전소설 <박씨전>에는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들어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술로 풀었는데, 그 맛이 소곡주와 같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문헌에 따르면 최소 1300여 년 전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술인 셈이다.
한산 소곡주는 알코올 도수 16~18도다. 소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맛은 특별하다. “한산 소곡주는 단맛, 쓴맛, 신맛 등 총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애주가들은 표현한다. 그 맛에 한 번 취하면 한 병을 다 끝낼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고 해 ‘앉은뱅이술’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소곡주를 증류해 더 맑게 만든 ‘소곡화주’는 알코올 도수가 41도에 이른다.
한산 소곡주는 과거에도 청와대의 명절 선물 목록에 오른 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한산 소곡주를 포함한 추석 선물세트를 명절 선물로 마련했다. 2015년에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만찬주로 테이블에 올랐다.
올해 대통령 추석 선물세트는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구조대원, 강원도 산불 진화 자원봉사자, 구제역 및 돼지열병 등 전염성 질병 방제활동 참여자와 장애인 활동도우미들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청소년과 종교인에게는 충북 제천에서 수확한 꿀을 대신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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