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쉽게"…신용정보 구축나선 카드사

입력 2019-08-29 17:15
수정 2019-08-30 01:20
식당을 운영하는 안모씨(38)는 최근 신협 창구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비씨카드의 가맹점 통계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비씨카드의 매출 정보를 신협으로 넘긴 뒤 당초 제안보다 연 1%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를 제안받았다.

카드사들이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종의 자영업자 전용 신용평가(CB)사업이다. 카드사가 자영업자의 매출, 해당 상권, 소득 등에 대한 정보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모델이다.


CB업 노크하는 카드사들

금융사들은 자영업자와 거래할 때 10단계의 개인신용등급을 활용한다. 자영업자는 직장인보다 소득정보가 부실해 현금흐름과 상관없이 일괄적인 대출금리를 적용받는다. 담보가 없거나 보증서를 끊지 못해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도 잦고, 신용대출 금리도 높은 편이다.

카드사는 자영업자 신용정보를 분석·가공해 대출에 활용하면 이들이 실제 신용도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금리단층’ 현상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카드사가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의미도 적지 않다.

신한카드는 CB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손잡고 연내 개인사업자의 매출 추정모형과 별도의 개인사업자 전용 등급체계를 내놓기로 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특정 점포의 매출이 계절, 유행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고, 동일 업종 혹은 상권 간 비교도 가능하다. 한층 더 엄밀하게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카드도 최근 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손잡고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별도의 자영업자 전용 대출 플랫폼을 내년 1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의 개인신용등급 대신 가맹점 정보를 활용해 사업의 건전성을 분석하고,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KB국민카드도 매출, 상권 정보 등을 활용한 개인사업자 CB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14% 불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405조원이다. 600만 명가량이 대출을 받아갔다. 하지만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자로 분류된 실제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이 중 14%인 57조원에 그쳤다. 전체 대출 중 35%인 162조원은 부동산 담보대출,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로 분류됐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을 융통하는 기형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는 신한카드 개인사업자 전용 CB업과 현대카드의 자영업자 원스톱 대출을 최장 4년간 관련 규제가 유예되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했다.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평가체계가 있으면 금융사도 대출 리스크 관리를 잘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대출을 거절했던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수도 있다.

향후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카드사 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CB사업이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신용정보보호법은 최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맹점 정보를 ‘수집 및 가공’만 할 수 있고, 3자에게 제공하는 데 제약이 있어 관련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