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와 함께 세운 퀸트리젠을 통해 p53 유전자를 활용한 차세대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이 마무리 단계로 1년 안에 세계 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상석 바이오리더스 대표는 28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를 통해 “조만간 p53 유전자를 활용한 항암제의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종양 억제 유전자로 암 정복 나서
이날 항암제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세션에는 항체를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오름테라퓨틱,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는 앱티스, CAR-T 항암제를 개발하는 큐로셀, 면역항암제 개발회사인 칸젠 등이 참석해 투자자에게 시장 상황과 제품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항암제 세션 기업발표 첫 발표자로 나선 김 대표는 “몇 해 전 뉴스위크가 사람보다 세포 수가 훨씬 많은 코끼리가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코끼리는 p53 유전자 수치가 40개에 이르지만 사람에게는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주목받았다”며 “p53 유전자를 활용한 항암제로 난소암 유방암 대장암 등 고형암 동물모델에서 좋은 치료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로도 제품 개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툴젠은 지난 20일 제넥신과의 합병이 무산된 뒤 처음으로 외부 공식행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제넥신이 보유한 신약 개발 역량에 크리스퍼 기술을 접목하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신뢰성도 더 얻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툴젠은 제넥신과 함께 개발하는 차세대 항암제인 CAR-T뿐 아니라 눈, 신경, 간 질환 치료제 개발 상황을 공개했다. 노인성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는 임상연구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한 분석 작업 단계에 들어갔다.
김 소장은 “습성황반변성 치료를 위해 수주에 한 번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고 치료효과가 유지되기 힘들다”며 “이 질환에 대한 유전자교정 치료제를 개발하면 퍼스트 인 클래스(세계 최초), 베스트 인 클래스(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표적·면역 항암제 등으로 암 정복”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해 암 정복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면역항암제 등을 개발 중인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박범찬 부사장은 “PD1 항체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 임상 1상에 올해 말 진입할 계획”이라며 “PD1과 PDL1 결합 모델인 이중항체 치료제에 대해서는 기술 이전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PD1과 PDL1은 몸속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단백질이다. 이 신호 기능을 제어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인 MSD의 키트루다는 2024년 180억2000만달러로 세계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러스 항암제를 개발 중인 진메디신도 눈길을 끌었다.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항암 바이러스에 치료 유전자를 넣으면 기존 항암 바이러스 대비 6200배 정도 살상 효과가 증폭된다”며 “이를 활용해 유방암, 췌장암, 폐암, 간암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고형암 치료제는 내년 임상 2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췌장암과 폐·간암 치료제는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항암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세계 항암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50조원 규모”라며 “이렇게 큰 시장이지만 매년 1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처음 블록버스터급 항암제가 나온다면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일 것”이라며 “올해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 결과 데이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구민기/이인혁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