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활동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불우이웃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주력 업종·전문 분야와 연계해 교육 불평등, 일자리·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전문성 활용하는 기업들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매년 서울 시내 노후 주택을 방문한다. 주택 노후로 거주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방문해 도배, 장판 및 싱크대 교체, 단열작업 등을 한다. 최근에는 장애인시설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홀몸노인, 저소득 가정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재능기부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소외 계층의 주거 시설을 개선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노후 주택 및 복지단체 시설을 개선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배와 장판 교체를 비롯해 단열작업과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교체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KB증권은 2015년부터 초·중·고교와 결연해 청소년에게 눈높이에 맞는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1사1교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을 KB증권 본사와 지점에 초대해 직업 체험 활동도 벌인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지역 창업경진대회인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GIF)’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4회 GIF에 ‘인공지능 글로벌 웹툰 플랫폼 개발사업’으로 참가한 한 국내 기업은 중국 투자자로부터 200만달러가량의 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GIF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3000명 넘는 예비 창업가의 신청이 몰렸다.
침체에 빠진 농촌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기업도 있다. NH투자증권의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농촌 고령화 등으로 영농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범농협 차원의 도농(都農) 혁신사업이다. NH투자증권은 전국 31개 마을과 연을 맺고 있다. 임원은 각 마을의 ‘명예이장’, 소속 직원들은 ‘명예주민’으로 위촉돼 결연마을의 농번기 일손을 돕고 있다. 지난해 임직원 1700여 명이 71회, 1만3768시간을 들여 일손 돕기에 나섰다.
청소년 지원·환경 보호 활동도
청소년 대상 활동도 기업들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육원 퇴소 청년의 긍정적인 인생 설계와 자립을 돕는 청년비상금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엔 사회연대은행과 청년비상금 사업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이 사업을 통해 보육원에서 자립했거나 자립할 예정인 청년 13명에게 매달 35만원씩 10개월간 총 350만원을 지원한다.
효성은 지역사회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은 2006년부터 14년째 본사가 있는 서울 마포구의 취약계층 500여 가구를 찾아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매년 1000포대 이상의 쌀을 전달해 누적 지원 규모가 1만5000포대를 넘어섰다. 쌀은 농촌의 안정적인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자매마을인 경남 함안에서 구입하고 있다. 자매마을과의 상생은 물론 마포구 이웃들에게 품질 좋은 쌀을 제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쌀뿐만 아니라 마포구 등 국내 사업장이 속한 지역사회에 김치, 생필품 등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폐자전거를 업사이클링 자전거로 재생해 지역사회에 기증하는 ‘바이크 위 라이크(Bike We Like)’ 캠페인을 했다. 전남 신안군의 섬 증도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도록 자전거 100대를 기증하고 보관소 등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리조트부문의 에버랜드 동물원은 생명다양성재단과 한국범보전기금 등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해 멸종위기동물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동물사랑기금을 조성해 한국호랑이, 긴팔원숭이 등 종 보전을 위한 연구 지원과 교육·캠페인을 펼친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임직원이 직접 만든 태양광 랜턴 500개를 에너지 빈곤 국가에 기부했다. 매년 우즈베키스탄의 심장병 어린이를 초청해 심장수술을 무료로 해주는 의료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심장병을 앓는 19명의 어린이가 새 생명을 찾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