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직접고용 압박 나선 정부

입력 2019-08-27 17:35
수정 2019-08-28 01:35
“사내하도급 활용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없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물류업체인 인터파크로지스틱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들에 사내하도급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문했다. 이 회사는 올초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고용해 고용부가 정규직 전환 모범사업장으로 선정한 곳이다. 이 장관의 이날 방문은 고용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 없는 일터지원단’ 컨설팅 사업을 점검하고 홍보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최근 법원에서 사내하도급의 불법 파견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자 정부가 기업에 직접 고용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터파크로지스틱스는 지난 1월 121명(46%)의 사내하도급 직원을 전원 정규직화했다. 우선 기간제로 전환한 뒤 업무평가 등을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바꿀 예정이다. 직접고용 이후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시간당 물류 처리량이 증가하는 등 경영성과도 좋아졌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탁송업무 하도급 직원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선적 업무는 자동차 생산 공정이 아니라 운송 업무”라는 사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현장 근로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급 5명도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제조 공정이 아닌 선적 업무와 일반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급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청소, 운전, 비서, 행정 등 32개 업종에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제조업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장관이 사내하도급과 관련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계에서 최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이 장관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정부 정책을 들여다보면 도급은 무조건 나쁘고 직접고용만이 옳다는 획일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며 “기업 특성에 따라 도급이나 파견근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