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직격탄' 맞은 두산重…"해외서 돌파구 마련"

입력 2019-08-27 17:14
수정 2019-08-28 02:02
원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사진)의 ‘기술 중심 경영’이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과 영국, 체코 등 해외에서 신규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고 있어서다.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도 최종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려온 두산중공업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주 가뭄 속 해외에서 잇단 수주

2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독일 자회사인 두산렌체스는 지난 7일 체코 발전업체인 ZK 테르모켐과 발전소 환경 설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체코 흐발레티체 화력발전소(총 4기)에 저압 패브릭 필터를 설치하는 공사다. 패브릭 필터는 연료인 석탄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미세 입자를 걸러주는 장치다. 두산렌체스는 내년 10월까지 3, 4호기 공사를 마친 뒤 추가로 1, 2호기 필터 공급 계약도 맺을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2011년 인수한 두산렌체스는 발전소 환경 설비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흐발레티체 사업의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이지만 향후 유럽 화력발전소 환경 설비 시설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법인인 두산비나도 자체 수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비나는 지난 5월 베트남 물류기업 제마뎁이 발주한 대형 항만 크레인 6기를 480억원에 수주했다.

영국과 미국에선 수조원대 원전 사업도 따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원전 설계 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원자로 모듈 및 기기 공급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원자로 모듈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자재를 수출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도 올 5월 영국 원전 해체 사업자인 셀라필드와 20년간 2조2000억원 규모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카자흐 원전 수출 기대

두산중공업은 하반기 들어서도 해외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월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본계약 체결에 따라 수주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1조9000억원) 중 두산중공업 지분이 84%(1조6000억원)에 달한다. 1.4GW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자흐스탄 원전 사업 수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컨소시엄의 수주 여부와 관계없이 원전 기자재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해외 업체가 수주하더라도 원전 주기기 제작 등은 기술력을 갖춘 두산중공업에 발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발전 기자재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자회사를 제외한 두산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개별(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09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감소한 수치다. 탈원전·석탄 정책 시행 전인 2016년 9조534억원에 달하던 수주액도 작년엔 4조644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박 회장은 해외 수주 확대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용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등 신사업을 통해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가스터빈은 초도품 제작을 앞두고 있다”며 “국내 최대 용량인 8MW급 해상풍력발전기기도 2022년까지 개발을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