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원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원·엔 환율이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21원13전 오른(원화 가치 하락) 100엔당 1156원56전으로 마감했다. 2016년 6월 28일(1160원84전)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부각되면서 엔화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미·중 무역전쟁 악화 우려로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26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4%, 코스닥지수는 4.28%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날 밤 중국 관리들이 전화해서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건 세계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합의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3% 이상 급락하던 홍콩 항셍지수가 2%대로 낙폭을 줄이고 S&P500선물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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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난타전에 아시아 금융시장 '휘청'…투자자 몰린 엔화·금 등 안전자산 초강세
엔화 한때 달러당 104엔대…2년10개월 만에 최고치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지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자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자가 몰린 엔화와 금 등 안전자산은 초강세를 보였다.
26일 아시아 주요국 외환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오전 한때 104.50엔까지 치솟았다. 엔화값이 올 1월 3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4엔대에 진입한 것으로, 2016년 11월 이후 2년10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이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며 “앞으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엔화 수요가 몰리면 달러당 100엔 수준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가격은 한때 온스당 1555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6월 온스당 1300달러 선이던 금값은 두 달 새 20%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 1g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3.43% 상승한 6만259.99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원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원20전(0.59%) 오른 1217원80전에 마감했다. ‘엔고·원저’ 현상이 굳어지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55원78전을 기록했다. 중국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0.8% 오르며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외환시장에선 장중 0.7% 뛴 달러당 7.1858위안까지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64% 하락한 1916.31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지수 2000선이 무너지고 5.35% 하락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7% 떨어진 20,261.04에 마감했다. 장중 20,173.76까지 떨어지며 지수 20,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급격한 엔고로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 수출주를 중심으로 낙폭을 키웠다. 패스트리테일링(-4.24%), 화낙(-3.60%), 소프트뱅크(-4.24%), 소니(-1.08%) 등이 약세였다.
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7% 하락했으며, 대만 자취안지수도 1.74% 떨어졌다.
고경봉 기자/워싱턴=주용석/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