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産團까지 덮친 '불황 먹구름'

입력 2019-08-26 17:58
수정 2019-08-27 00:51
경기 반월산업단지와 시화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중심도로인 별망로. 26일 이면도로 곳곳에 공장 매각이나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반월산단 내 중개업소 K대표는 “반월과 시화산단에서 나온 단독공장 매물만 100건이 훨씬 넘는다”며 “헐값을 우려해 은밀히 인수자를 찾는 공장을 포함하면 실제 매물은 몇 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요 산단 사업주뿐만 아니라 대부분 근로자들도 추석 상여금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동차 협력사 대표는 “몇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추락해 추석 상여금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수도권 산단이 장기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의 피해가 본격화하면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포털인 이클러스터넷에 따르면 인천 남동, 시화 등 수도권 주요 산단의 가동률이 최근 3년 새 15%포인트 떨어졌다. 1만1184개 업체가 몰려 있는 시화산단 가동률은 2016년 6월 83.0%에서 올 6월 67.9%로 하락했다. 남동산단(6795개)도 같은 기간 61.6%로 14.4%포인트 떨어졌다.

이들 산단은 자동차·전자·기계부품과 도금 주물 금형 등 뿌리기업이 밀집해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현장의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지방에 이어 수도권 산단의 가동률도 눈에 띄게 떨어지는 추세다. 수도권 산단 내 한 도금업체 사장은 “우리 단지에 입주한 도금업체 중 약 20%가 최근 1년 새 폐업했다”고 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미·중 무역마찰 등이 맞물려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본 무역보복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소제조업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동·반월·시화=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문혜정/심성미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