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협상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과 중국은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국 일보 직전으로 치닫던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협상 국면에 진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미 CN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기자회견에서 “중국(관리들)이 전날 밤 우리쪽에 전화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자’고 말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협상)테이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들이 뭔가 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세계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중국과 두 차례 통화했다”며 “그들은 합의를 원하며 우리는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합의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으르렁댄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관세폭탄에 이어 ‘국가비상사태’ 카드까지 꺼내 연일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중국과의 무역은) 많은 측면에서 비상사태”라고 했다. 이어 “그들(중국)이 어디서든 매년 3000억~5000억달러의 지식재산권을 훔칠 때, 수년간 연간 손실이 거의 1조달러에 달할 때 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때도 “우리는 지금 당장은 중국과 잘 지내고 대화 중이며,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합의하길 원한다”며 당장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서다.
하지만 존슨 총리와의 회담에선 “우리는 끔찍한 무역거래를 했고, 나는 그것을 바로잡는 중”이라며 “단연코 가장 큰 건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불발되면 중국에 경제제재를 가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떠나기 전인 23일과 프랑스에 도착한 24일에도 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흘리며 중국을 압박했다. 23일은 중국이 75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과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곧바로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 받아치며 미국 기업들에 사실상 ‘중국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중국산 수입품 전체(5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원래보다 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에서 미국 기업에 ‘중국과의 거래 중단’을 요구한 근거를 두고 말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프랑스에서 트윗을 통해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법을 찾아보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법적 근거를 거론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도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5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변함없이 단호했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에서 ‘무역전쟁 고조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게 ‘강경론 후퇴’로 해석되자 “매우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더 높이 올리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부연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 “중국이 (추가로) 보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는 미·중 무역전쟁을 옹호했다.
하지만 중국도 전날에 이어 계속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중국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이 자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거론하면서 위협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조치는 중국에 새로운 충격을 주기보다는 미국 내에서 더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끝까지 밀어붙일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