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존 컨스터블 '건초 마차'

입력 2019-08-26 17:18
수정 2019-08-27 01:02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태양도 하얀 구름에 가려 한결 여유롭다. 공원 벤치에 누워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 예쁜 구름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국 낭만주의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은 하늘에 구름이 깔려 있는 목가적인 풍경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작가로 유명하다.


1821년에 완성한 2m 크기의 대작 ‘건초 마차’는 영국 곡창지대인 서퍽주(州)의 플랫퍼드 제분소 근처의 여름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한 대표작이다. 하늘엔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멀리 녹색 초원에는 알 수 없는 평온이 깃들어 있다. 강을 건너는 마차와 농부, 주인을 반기는 개, 붉은 벽돌 지붕의 아담한 농가는 진짜 풍경을 뚝 떼서 전시장에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컨스터블은 1821년 이 그림을 전시장에 내놓았지만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2년 뒤 파리 살롱전에서 금상을 따내며 컨스터블을 단번에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미술비평가들은 ‘이슬이 바닥에 구르는 것 같다’고 평하면서 풍경화를 서양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낭만주의 화풍의 대가 외젠 들라크루아도 “강렬하고 미묘한 색채 표현에 감명을 받았다”고 격찬했다. 컨스터블의 이런 풍경화는 프랑스 바르비종 화파(파리 바르비종에서 작업한 풍경화가들)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