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특정집단만 소유하는 사치의 대상이 아니라 삶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집을 콘셉트로 잡았죠. 그 속에서 예술과 과학, 패션, 가구, 영상, 음악을 융합해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된 예술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지난 14일부터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 ‘뮤지엄다’에서 열리고 있는 개관전시 ‘완전한 세상’을 기획한 장승효 작가(48·사진)는 26일 전시 기획의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초로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개관한 ‘뮤지엄다’는 조각가 출신 장 작가와 미디어아티스트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김용민 작가가 결성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 ‘꼴라쥬 플러스’와 예술 전문 기획사 쿤스트원이 설립한 복합문화시설이다. 개관 초반부터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대해 장 작가는 “예술적 기교나 표현을 최소화해야만 대상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과 추상 미술을 정작 대중은 외면하는 것”이라며 “대상의 본질을 복잡한 관념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주변 이미지와 정보들을 취사선택해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관람객은 더 익숙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존 빔프로젝터를 통한 미디어아트 작업 때 생기는 그림자나 역광이 발생하지 않아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고 관객들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두 작가 그룹이 지난 2월부터 준비한 이번 전시는 집을 형상화했다. 중앙에 큰 거실을 배치했고 양쪽에 침실, 작은방, 주방, 욕실 등 각 방의 특성을 살린 서로 다른 미디어아트 공간을 만들었다. 각 방엔 알레산드로 멘디니, 카림 라시드, 이상봉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컬래버레이션 작품들이 개성을 뽐낸다. 40억원을 들인 발광다이오드 8500만 개를 826.45㎡ 규모의 바닥과 천장, 벽면에 설치해 방마다 초현실적인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각 공간과 작품에 맞게 제조된 향수가 전시장마다 뿜어져 나와 후각까지 자극하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장 작가는 “디자인, 패션, 인테리어 등 우리가 접하는 모든 분야가 다 예술”이라며 “예술에 정답은 없지만 복제와 재생산된 결과물을 통해서도 아우라를 느낄 수 있기에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결과물이 발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장 작가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석사를 마친 뒤 줄곧 서울에서 조각가로 활동해 왔다. 서울이 아니라 고향인 부산에 미술관을 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관광지로서 가능성’을 꼽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대성당을 보기 위해 연간 관광객 2500만 명이 방문해요. 예술적인 공간들이 도시에 많이 들어서야지 관광산업도 함께 좋아집니다. 가우디 대성당을 롤모델로 삼아 예술 불모지인 부산에서 부산만의 역동적인 미술 스타일을 만들어 관광산업의 새 물꼬를 트고 싶습니다.”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