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세계 첨단제품·소재부품 22% 독점 공급"

입력 2019-08-26 15:08
수정 2019-08-26 15:13

산업연구원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와 한국의 대응’ 세미나 개최

"한국은 G20중 수출 의존도 3위·수입 의존도 4위...매우 해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

세계시장의 주요 첨단제품·소재부품 중 22%를 일본 기업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글로벌가치사슬(GVC)을 뒤흔들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전방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은 26일 서울 엘타워 별관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조철 KIET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수출 의존도 3위, 수입 의존도 4위로 매우 해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우리 산업이 의존해온 GVC이 흔들리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에 대해서는 “일본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은 GVC 최후방에 존재해 공급 단절을 시행하면 전방에 있는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GVC를 흔들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조 본부장은 “일본 ‘모노즈쿠리백서’에 따르면 주요 첨단제품 및 소재부품 1200개 중에서 일본이 공급하는 품목 수는 894개로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비해 많다”며 “이들 중 30% 이상이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으로 270개에 달하는 품목에서 일본이 독점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주요 첨단제품·소재부품 1200개 품목 중 22.5%(270개 품목)을 일본 기업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산업생태계 전반의 육성으로 국내 독자 브랜드를 키우는 ‘초격차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 일본 수출 규제로 문제가 되는 소재·장비 개발뿐 아니라 미래산업을 위한 기초적 연구개발(R&D)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흔히 전기자동차 분야를 미래산업이라 말하지만 전기차 조립은 내연차량에 비해 매우 단순해 새로운 먹거리라 보기 어렵다”며 “이럴 때는 생산·조립보다 R&D가 신산업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대체가 어려운 품목은 대(對)일본 전체 수입액의 약 8%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 KIET 소재산업연구실장은 “무역통계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위험품목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일반기계 및 부품, 정밀화학 등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위험품목을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대체하기 힘든 품목’(S1)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부 대체할 수 있지만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 영향이 불가피한 품목’(S2) 두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위험품목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43억 달러로 대일 총 수입액의 약 8%를 차지했다”며 “금액은 적지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들”이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