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쉬는 시간 아쉬운 직장인, 가사노동 줄이기 '대작전'

입력 2019-08-26 14:40
수정 2019-08-27 02:46
전업주부 개념이 사라지면서 가사노동을 부부가 나눠 맡거나 혼자 책임지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부부 1224만5000쌍 가운데 맞벌이 부부는 567만5000쌍(46.3%)으로 집계됐다.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1인 가구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나홀로 가구’는 578만8000가구로 전년 대비 17만4000가구(3.1%) 증가했다. 10가구 중 3가구(29.2%)는 나홀로 가구였다.

이러다 보니 고된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김과장 이대리에겐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기 일쑤다. 설거지와 빨래부터 집안 청소와 식사 준비까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맡은 업무는 배로 늘어난다. 퇴근 후 1분 1초가 아쉬운 김과장 이대리가 똑똑하게 집안일을 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IoT 없이는 집안일 못 합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인터넷 쇼핑몰업체에 다니는 양 대리(34)는 지난 4월 결혼한 맞벌이 부부다. 그는 첨단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의 힘을 빌려 집안일을 하고 있다. 오후 5시30분 회사 문을 나서면서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세탁기부터 돌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빨래를 널기 위해서다. 양 대리는 “퇴근 후 자유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선 세탁기가 돌아가는 시간이라도 아껴야 한다”며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시간에 맞춰 세탁기를 돌리기로 결혼 전부터 아내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형 리테일회사 직원인 최 주임(30)의 올해 목표는 가사노동 시간을 하루 3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지방 발령이 나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된 그는 퇴근 후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업무 효율까지 지장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 주임은 고민 끝에 로봇 청소기와 건조까지 되는 최신형 세탁기, 의류관리기 등 가사에 도움이 되는 가전제품을 대거 구입했다. 집안 청소는 최 주임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분신’인 로봇청소기가 맡는다. 의류관리기는 다림질이 서툰 최 주임의 옷태를 살려주고 있다. 그는 “모아둔 돈을 가전제품 사는 데 많이 썼지만 퇴근 후 내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청소도, 빨래도 전문가에게 아웃소싱

가사노동을 철저하게 아웃소싱 체제로 전환한 이들도 있다. 출판업체에 다니는 정 과장(33)에게 청소는 늘 골칫거리였다. 혼자 살아서 방이 크지 않은데도 집안일이 익숙하지 않아 집을 깨끗하게 치우려면 꼬박 하루가 걸렸다.

친구가 우연히 보내준 ‘1만원 쿠폰’은 그를 가사도우미의 세계로 안내했다. 네 시간 청소에 4만5000원인 서비스를 3만5000원에 받을 수 있는 쿠폰이었다. 술 한 잔 덜 마신다는 생각으로 청소를 예약했다. 전문가의 손길은 확실히 달랐다. 부엌 가스레인지 찌든 때와 화장실 물때, 창틀 먼지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집은 마치 새집 같았다. 정 과장은 “역시 모든 일은 전문가가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에게 서비스를 추천하면 1만원 쿠폰을 또 받을 수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는 이 대리(30)는 요즘 펫시터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그는 출장이나 짧은 여행을 갈 때면 강아지들을 맡길 곳을 찾느라 늘 고민이었다. 요즘은 맘 편히 펫시터를 불러놓고 집을 나선다. 1만원만 내면 집으로 찾아와 물과 먹이를 주고, 용변 패드를 치워준다. 추가금을 내면 산책도 시켜준다. 모든 과정은 입장할 때부터 실시간 영상으로 촬영해 보여주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이 대리는 “펫시터들이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안심하고 강아지를 맡길 수 있다”고 했다.

정보기술(IT)과 아웃소싱을 융합한 서비스를 이용해 가사노동 부담을 던 이들도 있다. 한 증권사 영업부에서 일하는 박 과장(35)에게 와이셔츠 세탁은 늘 골칫거리였다. 근무 여건상 늘 와이셔츠를 입어야 하는데 매번 빨고 다림질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집 근처 세탁소에 맡겨도 봤지만 저녁 약속 자리가 많은 박 과장은 세탁소 영업시간을 맞추는 것도 일이었다.

동료가 추천해준 세탁물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는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앱(응용프로그램)에 접속해야 열 수 있는 자물쇠로 잠근 빨래통에 와이셔츠를 넣어 집 앞에 놔두면 알아서 수거해 다음날 깨끗하게 세탁한 뒤 배송해줬다. 박 과장은 “바쁘게 살다 보면 빨아놓은 와이셔츠가 다 떨어져 빨래통에서 한 번 입은 와이셔츠를 다시 꺼내 입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세탁물 O2O서비스를 쓴 이후 그런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배달 앱은 필수

배달 앱은 집안일을 줄이고 싶은 직장인에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건설사에 다니는 정 대리(31)는 이달 초 이사하면서 냄비 그릇 등 주방 기구를 대부분 중고로 팔았다. 배달 앱이 워낙 발달한 덕분에 주방 기구 쓸 일이 확 줄어서다.

3년째 홀로 사는 그는 삼시세끼를 모두 외부 음식으로 해결한다. 아침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다이어트용 닭가슴살 도시락. 1주일치를 미리 구매해 아침마다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다.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배달 앱을 통해 해결한다. 치킨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뿐 아니라 동네 맛집 음식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 다리는 윤 계장(32) 부부는 반조리된 밀키트를 앱으로 주문해 저녁을 해결한다. 요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료부터 하나하나 손질해 뒷정리까지 하려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데 최소 한 시간은 걸렸지만 밀키트를 이용하면서 그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요리하는 것보단 비싸지만 맞벌이 부부에겐 밀키트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없는 윤 계장에게 대형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는 양이 너무 많아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윤 계장은 “요즘엔 부대찌개 김치찌개 같은 한식부터 맥앤드치즈, 감바스 같은 안주류까지 밀키트 종류도 다양하게 나온다”며 “밥을 준비하는 시간, 설거지 거리 등을 줄일 수 있어 몸도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