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생체인식부터 메신저 거래까지…'가상화폐 지갑'의 진화

입력 2019-08-26 16:30
수정 2019-08-26 16:31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쓸 수 있는 가상화폐 전자지갑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준비 중인 전자지갑은 유통업체의 앱(응용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포인트 지갑’과 확연히 구분된다. 가상화폐의 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환금성이 있는 재화로 주식과 성격이 비슷하다.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가상화폐를 매입하고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 외 업체들도 가상화폐 지갑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간편송금, 안면인식 등 금융 앱에서 쓰이는 첨단기능으로 무장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카카오, 하반기 ‘클립’ 출시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톡에 가상화폐 전자지갑 클립을 집어넣는다. 카카오톡 메뉴에서 클립 아이콘을 누르면 클립 서비스 화면으로 넘어간다. 카카오톡 회원 수는 50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일찌감치 고객을 확보한 채 사업에 나선다고 볼 수 있다. 기반 가상화폐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개발한 ‘클레이(KLAY)’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다. 클레이는 각종 게임·금융·콘텐츠 이용을 통해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고, 지인에게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주식처럼 사거나 팔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클레이의 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 전자지갑으로 보유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클레이만이 아니다. 클레이튼 플랫폼을 활용하는 10종 이상의 가상화폐를 클립에 등록할 수 있다. 카카오는 점진적으로 클립에 담을 수 있는 가상화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클립은 메신저를 통해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가상화폐 전자지갑과 구분된다. 대다수 전자지갑은 앱을 깔거나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형태다.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연동된 전자지갑이라는 점만으로도 클립의 경쟁력은 상당하다”며 “혁신적인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수 있다면 업계 질서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 거듭하는 가상화폐 지갑

기존 가상화폐 전자지갑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보관하고 송금하는 기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게 전자지갑 업체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카카오 관계사 두나무가 개발한 ‘비트베리’는 조만간 기업용 가상화폐 지갑인 ‘비트베리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 차원에서 대량의 가상화폐를 관리하고 전송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시세에 맞춰 개인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개인 간 안전거래’ 기능도 구축하고 있다.

비트베리 사용자는 세계적으로 10만 명에 달한다. 102개국에서 이용 중이며 거래 횟수도 250만 건을 넘어섰다. 비트베리의 경쟁력은 ‘간편송금’ 기능이다. 여러 은행에 손쉽게 현금을 보낼 수 있는 ‘토스’와 비슷하다. 지문인식, 얼굴인식 등만 거쳐도 송금이 가능하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마이이더월렛과 트러스트월렛 역시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된 가상화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더리움 기반 화폐의 거래 기능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가상화폐 시세 예측 기능을 적용한 전자지갑도 생겼다. 비뱅크는 특정 가상화폐의 30분이나 24시간 뒤의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시그널’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적중률은 70% 안팎이다.


○하드웨어 전자지갑에도 관심

더욱 진화한 콜드월렛도 탄생했다. 콜드월렛은 외부로의 유출 가능성을 차단한 실물 형태의 하드웨어 지갑이다. 클립, 마이이더월렛 등 인터넷에 연결된 하드월렛은 편의성과 신속성이 뛰어나지만 해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콜드월렛도 단점이 있다. 일단 가격이 비싸다. 하드웨어인 만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블로키월렛(Blockey Wallet)이다. 하드웨어 형태로 된 콜드월렛의 일종이지만, 별도의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 내장용 마이크로SD카드에 정보를 보관한다. 가상화폐들은 SD카드 내부에 마련된 트러스트존(trust zone)에 저장된다.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더라도 가상화폐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