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대학 시위…총학 주도·정치색 사라져

입력 2019-08-25 18:11
수정 2019-08-26 03:10
대학 시위 문화가 변하고 있다. 시위의 주축이 총학생회에서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학생들로 바뀌고, 외부 정치세력의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화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실망이 젊은 층의 새로운 시위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딸 조모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커지며 조 후보자의 모교 서울대와 조씨의 모교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23일 각각 학내에서 집회를 열었다. 두 학교 모두 총학생회가 아니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와 ‘고파스’에서 촛불집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왔다. 시위 집행부는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다. 서울대 집회의 구호 ‘법무장관 자격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와 고려대 집회 구호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등도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정했다. 서울대는 자발적 촛불시위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하자 총학생회도 가세해 오는 28일 2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닌 부산대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인 학생들이 28일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당 등 외부 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정치색 없는 시위’인 점도 같았다. 23일 집회가 열린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광장 앞에는 ‘이 집회는 특정 정당, 정치단체와 무관한 서울대 학생과 동문들의 자발적 집회로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삼가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려대는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한 경력이 있는 학생이 제외됐고, 시위 참가자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한정했다.

이번 서울대와 고려대 집회는 2016년 이화여대에서 정유라 씨 부정입학 사태로 일어났던 시위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당시 이화여대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시위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순수한 학생들의 시위’라는 이유로 외부 단체의 개입을 거부했고 민중가요 대신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고려대 집회에 모인 학생들도 응원가와 가수 싸이의 ‘아버지’ 등을 불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바일 환경에서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서 시위 주도 단체가 없어도 시위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시위와 과거 이화여대 시위 모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기존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