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회사 SNK는 올 상반기 증시에서 화제를 모은 공모기업 중 하나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아랑전설’ ‘메탈슬러그’ ‘사무라이 스피리츠’ 등 1990년대를 풍미한 인기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성장 동력으로 앞세우며 투자자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23일엔 공모가(4만400원)보다 56.43% 낮은 1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SNK의 핵심 주가 부진 이유로 증권업계가 꼽는 것은 ‘국적’ 문제다. 회사 국적이 일본이어서 한·일 관계 악화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고경영자(CEO)이자 최대주주인 거즈후이 회장(사진) 국적이 중국이라는 점은 차이나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상장 중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거 회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 IP의 부가가치 강화 등으로 차이나 디스카운트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최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며 주주친화 전략에도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 회장은 “SNK는 IP의 부가가치 관리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는 회사”라며 “좋은 IP를 가진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검토 중이고, 이미 보유한 IP도 영화화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IP 라이선스 사업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시장의 관심사다. 그는 “SNK의 IP를 활용한 메탈슬러그, SNK올스타 등이 중국 판호(배급 허가)를 받아 중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IP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며, 베스트셀러급 IP를 활용하려는 개발사들의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기 사업 부문에서도 네오지오 미니 외에 신규 게임기를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거 회장은 “최근 고조된 한·일 갈등이 SNK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NK는 넷마블, 넥슨 등 한국의 주요 게임회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넵튠, 너울엔터테인먼트에 이은 추가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 그는 “한국 게임회사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출자자(LP)로 참여할 생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 개발자 출신인 그는 2013년 차린 레도 인터랙티브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게임회사인 퍼펙트월드 등 전략적 투자자(SI) 및 여러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2015년 SNK를 인수했다.
거 회장은 “SNK를 인수할 때 연대보증을 서준 중국 37게임즈의 창업주는 SNK 투자로 손실이 나면 본인이 책임지고, 이익이 나야 37게임즈에 돌아가도록 배려하는 ‘기업가 정신’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SNK 측은 “FI들이 보유 중인 회사 지분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 다른 SI에 매각하도록 주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