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날아오른 '태백소녀' 임희정…KLPGA '루키 시대' 알리다

입력 2019-08-25 16:41
수정 2019-08-26 03:27
25일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6496야드) 18번홀(파4). 루키 임희정(19)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자 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굿 샷”을 외쳐댔다. 그가 대회장과 가까운 태백 출신이어서인지 응원하는 갤러리들이 유독 많았다. 페어웨이를 지나 그린에 도착했을 때는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버디 퍼트는 놓쳤지만 40㎝ 안팎의 짧은 파 퍼트를 성공시키자 갤러리들은 더 큰 박수와 함성으로 금의환향한 그를 응원했다.


강원도 소녀의 ‘차분한 독주’

임희정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일궜다. 이날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이 대회 최저타 기록을 경신하며 KLPGA투어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새겼다. 루키가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20개 대회 동안 조아연(19), 이승연(21)에 이어 세 번째다. 그의 종전 최고 성적은 지난 4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4위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실력파로 이름을 떨쳤다. 2017년 8월 미국주니어골프협회가 주관한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내로라하는 해외 선수들을 제치고 초대 우승을 꿰찼다. 지난해 11월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선 조아연에 이어 2위에 올라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일찌감치 우승컵에 입을 맞춘 조아연과 이승연 등 다른 신인들에게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3라운드까지 버디를 17개나 뽑아내는 동안 보기는 단 1개로 막으며 독주했다. 8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는 ‘수성’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타수 지키기도 녹록지 않았다. 1번홀(파4)부터 8번홀(파3)까지 파를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9번홀(파4)에선 한 타를 잃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도 타수를 잃은 채 맞이한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내주자 찡그리는 얼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골라내며 미소를 되찾은 것도 잠시,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다시 연이어 보기를 내줬다.

밀레니엄 세대 간 우승 경쟁 ‘눈길’

전날까지 벌어둔 타수가 효자 노릇을 했다. 경쟁자들이 맹타를 휘두르며 쫓아왔지만 8타 차를 넘어서진 못했다. 3언더파를 치며 역전을 시도한 2위 박채윤(25)은 4타 차까지 추격하는 데 그쳤다.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챙긴 임희정은 시즌 상금을 2억767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신인상 포인트 270점도 추가해 6위에서 4위(1160점)로 두 계단 올라섰다. 임희정은 “생각보다 첫 우승을 빨리 해서 기쁘다. 혼자서 뒷바라지해 준 어머니에게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주영(29)은 최종합계 7언더파로 3위를 차지했다. 임희정과 함께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어갈 ‘밀레니엄 세대’로 꼽히는 박현경(19)이 친구 임희정과 우승경쟁을 펼친 끝에 공동 4위(6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박민지(21), 김수지(23), 곽보미(27), 이효린(22) 등이 박현경과 동타를 쳤다.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모습을 보인 김효주(24)는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한편 김현수(27)는 전날 16번홀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해 벤츠 E-300의 주인공이 됐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