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부터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장현호 매니저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며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이들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을 고려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수 있는 최하단은 1850포인트 정도”라고 내다봤다.
장 매니저는 2013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11월 빌리언폴드에 합류했다. 올해 32세로 과장급이지만 총 운용금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회사 내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매니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돼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8월에 뛰어난 성과를 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빌리언폴드에서 운용하는 4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6.39%에 달한다.
장 매니저는 “이르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주목해야 할 것은 SK하이닉스”라고 했다.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이 지난해 말보다 9조원 줄어서 순차입금이 6조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장 매니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 속도 조절을 검토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추가 투자가 어려워 공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돼 반도체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업황이 급격하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이 같은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두는 종목은 고배당주다. 장 매니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2%도 안 되는 상황에서 3%만 배당을 줘도 2%포인트 가까이 더 벌 수 있는 셈”이라며 “4~6% 이상의 고배당주도 늘어 투자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소외주에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장 매니저는 “다른 사람이 관심을 덜 보이는 업종, 해당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가 의기소침해졌을 정도로 업종이 어려울 때가 투자할 때”라며 “요즘엔 화학, 철강, 조선 등의 업종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현금 흐름이 좋은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그는 “매출채권이 급증했는데 충당금이 없거나 갑자기 장기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쇼트(매도) 포지션을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따라잡기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주도주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은 올해부터 5G 기지국을 세웠지만 미국과 유럽은 내년부터 기지국 설치가 본격화된다”며 “관련 기업들이 한 번 더 점프할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 매니저는 “케이엠더블유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올라선 기업들은 인덱스펀드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엔화 강세로 한국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엔화 강세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자동차 등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 주식에 대한 쇼트 기회를 노릴 만하다”고 설명했다. 장 매니저는 “아베노믹스로 비롯된 엔화 약세 수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연말로 다가갈수록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련주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장 매니저는 “최근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섰다”며 “위안화 약세는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의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주는 순차입금이 늘어난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G 관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배당 여력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