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경기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이 또다시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 때문에 내년 대선 이전에 감세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8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9.9로 집계됐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50.4보다 낮아진 것이다. 시장 예상치(50.3)도 밑돌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확장, 미만이면 위축 국면을 뜻한다.
IHS마킷의 제조업 PMI가 50 밑으로 내려간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세부 항목을 봐도 신규 수주가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투자 및 산업 생산의 하강 기류를 드러냈다.
미국 제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한 이후 보호주의에 힘입어 발전해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날개가 꺾이고 있다. 이날 IHS마킷이 발표한 8월 미국 서비스업 PMI 예비치도 전월 53.0에서 50.9로 낮아졌다.
PMI가 부진하게 나오자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가 이날 또다시 역전됐다. 10년물 국채가 연 1.577%까지 하락하면서 2년물 수익률 연 1.58%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이날 오후 4시 뉴욕 채권시장 정규장 종료 때까지도 유지됐다. 지난 14일 10여년 만에 처음 나타난 수익률 역전은 최근 들어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앨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제네랄(SG) 전략가는 “세계 경제가 파국을 향해 가고 있어 국채 금리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아 보이지만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줄이고 있다”며 “근로 시간 감소는 경제가 침체에 진입했거나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미국 비농업부문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3.4시간에서 33.3시간으로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1일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체탄 아히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부진이 확산하고 있다”며 “미국은 글로벌 성장 둔화의 예외라는 주장이 있지만, 무역전쟁 여파는 경제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비농업부문의 월별 평균 신규고용 건수는 22만3000건이었지만 지난 7월엔 16만4000건에 그쳤다. 특히 지난 3개월 신규고용 건수는 월평균 14만 건으로 2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일 침체가 아니라고 항변하던 트럼프 행정부도 언제든 감세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이전에 세금 감면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미세조정’이라고 규정한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추가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2~24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와이오밍주(州) 잭슨홀에 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가 중립 수준이며 추가 인하 필요성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양호한 고용 시장 등을 볼 때 지난 7월 금리 인하는 불필요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오는 9월 금리 인하는 피하고 싶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금리를 내리는 데 열려 있다”고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